“의심스러운 사정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 원칙 고수”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0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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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뉴스24팀]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유정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면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혐의를 무죄로 판단 이유를 A4 용지 76쪽 분량의 판결문을 자세히 읽어내려가며 법정에서 직접 설명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제시, 사형 선고의 남용을 경계했다.
이어 “이 사건의 쟁점은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를 종합할 때 (고유정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차를 현남편에게 마시게 했음이 증명되고, 제3자에 의한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모두 배제돼야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고유정이 의도적으로 수면유도제를 현남편에게 먹였을 가능성을 따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청주집 구조상 현남편이 식탁의자에 앉아 훤히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대담하게 가루로 갈아놓은 수면제(독세핀 성분)를 차에 넣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고인이 현남편에게 차를 주기 전에 수면제 효능, 발현 시기 등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은 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남편을 살해할 당시 범행계획을 상세하게 검색한 행태와 배치된다고 했다.
또한 현남편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으나 머리카락이 짧아 정밀한 감정을 통해 독세핀을 복용한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기도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피해자(의붓아들)의 체격이 또래에 비해 왜소한 편”이라며 “피해자가 복용한 감기약이 통상적인 치료범위 이내로 확인됐다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수면 유도 효과임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머리나 가슴을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외에도 검사가 제시한 의붓아들의 사망 추정 시각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 등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그 무엇도 검찰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내지 못했다”고 판단함으로써 검찰의 주장을 무위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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