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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LPBA퀸’ 임정숙 “우승 절반은 남편 덕, 영원한 나의 당구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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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임정숙은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인 LPBA 7차전서 이미래를 꺾고 7차례 대회 중 3회 우승을 달성했다. 임정숙이 자신의 평생 당구선생님이자 PBA선수로 활동 중인 "남편" 이종주와 다정하게 앉아 인터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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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김다빈 기자] “3회 우승했는데, 그 절반 이상은 평생 당구선생님 남편 덕입니다.“

프로당구 LPBA 최강은 임정숙(34)이다. 이번 시즌(2019~20) 7번의 대회 중 무려 3번이나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프로당구 출범 전부터 임정숙의 독주를 예상한 당구팬은 거의 없었다. 자신도 ‘이번 시즌 우승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프로당구 출범 전 임정숙 존재감은 미미했다. 국내랭킹 11위였고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도 2017년 12월 부산광역시장배였다.

이런 임정숙 뒤에는 ‘남편이자 영원한 당구선생님’인 이종주(PBA·45) 선수가 있었다.

이들은 당구로 만나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고 2013년 결혼, 아들 연우(5)를 두고 있다. 이후 ‘남편’ 이종주는 당구장 운영과 PBA출전이라는 바쁜 일정 속에도 ‘아내’ 임정숙의 대회준비를 위해 묵묵히 뒷받침했다. ‘부부당구선수’ 이종주와 임정숙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판교 ‘큐당구클럽’에서 두 사람의 당구이야기를 들어봤다.

▲LPBA에서 3번이나 우승했다. 두 선수에게 이번 시즌이 남달랐을 텐데.

△임정숙(이하 임)=정말 행복하고 꿈같던 시즌이었다. 3번의 우승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정말 감사한 결과들이 가득했다.

△이종주(이하 이)=2016년부터 지금의 당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부부 첫 당구장이다. 근데 이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우승 소식을 듣고 아내를 보러 많이들 오신다. 정말 뜻 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임정숙 선수를 보러 찾아오는 건가.

△이=그렇다. 남자 동호인뿐 아니라 여성 동호인들도 임정숙 선수처럼 되고싶다며 찾아온다. 여성동호인 5명이 우리 당구장에 와서 아내와 인사 나누고 현재 나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20대부터 50대주부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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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숙은 자신의 LPBA 우승 절반 이상을 "남편" 이종주의 도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편" 이종주와 "아내" 임정숙이 서로 어깨동무한 채 당구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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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숙 선수가 무려 세 번이나 우승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걸로 예상은 했나.

△임=아니다. 프로당구 출범 전 개인적으로 약간 슬럼프가 있었다. 좋았을 때는 10위 이내 성적도 거뒀지만 출범 전 국내랭킹도 11위까지 밀렸다. 그만큼 이번 시즌은 첫 시즌인 만큼 우승은 생각도 못했다. 다만 첫 시즌을 기념해 LPBA파이널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나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우승해도 한번 정도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3번까지 할줄은 몰랐다. 하하. 아내가 대단하다. 현재 아들 연우와 건강이 좋지 않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내 역시 여전히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받고 있다.

그만큼 집안 일도 바쁜데 연우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까지 당구장 일을 도와준다. 이런 바쁜 일상에도 성실히 연습해 3회 우승까지 달성했으니 정신과 실력면에서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점수를 매기면 선수와 아내로 120점이다. 하하.

▲임정숙 선수도 남편을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꼽던데.

△임=내 우승은 가족들이 도와줬기에 가능했다. 남편은 대회 2주 전부터는 나에게 절대 당구장 운영을 못하게 한다. 대신 지인이 운영하는 다른 당구장(수내역 근처 SBS당구장)에 가서 연습하라고 한다. 또 주말에는 친정엄마가 연우를 맡아주신다. 모두 나에게 다른건 신경쓰지 말고 연습만 하라고 배려해주시는 것이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내 우승은 불가능했다.

▲남편인 이종주 선수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임=글쎄 90점 정도. 더 주고 싶은데, 술을 너무 좋아한다. 하하. 1주일에 2번까지는 술자리를 ‘허락’해주지만 건강때문에 조금 더 줄였으면 한다.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당구의 모든 걸 알려주는 평생의 ‘당구 선생님’이다. 내 우승의 50~60%이상은 남편이 만들어준 것이다.

▲임정숙 선수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하나.

△이=반드시 지난 경기를 복기한다. 일종의 ‘오답노트’다. 대회 때 잘 맞았던 공을 상기하는 것도 좋지만 안 맞았던 공, 못쳤던 공을 반드시 자기 공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대회 끝나면 아내와 함께 대회 모든 경기영상을 다시 돌려본다. 그 공 배치를 기억해두고 성공할 때까지 연습하고 그래도 안되면 숙제를 내준다. 또 뱅크샷 연습을 많이 한다. 대회를 일곱 번 치르고 나니 아내 3뱅크샷은 많이 나아졌고 거의 완성됐다. 다만 감각이 필요한 1뱅크샷과 2뱅크샷에서는 아직 더 연습이 필요하다.

△임=맞다. 대회 끝나면 남편이 항상 숙제를 산더미처럼 내준다. 하하. 나는 진 경기나 못 쳤던 공을 다시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때문에 억지로 본다. 그래도 그런 부분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편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애버리지도 0.1~0.2정도 높아졌다. 또 남편이 ‘뱅크샷의 달인’이다. 남편 장점을 모두 흡수해 더 나은 선수가 되고싶다.

▲7차전 이미래 선수와의 결승전은 LPBA ‘역대 최고의 결승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세트스코어 3:1 임정숙 승)

△임=정말 몰입했고 그래서 즐겁고 대단한 경기를 했다. 사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났지만 상대가 (이)미래였지 않은가. 미래와는 10년 전부터 성남의 당구장에서 만나 친분이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또 실력이 대단한 선수라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 땐 지더라도 부끄럽게 지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이 악물고 쳤다. 그런 마음이라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뱅크샷이 잘 들어갔던 점도 주효했다.

△이=정말 최고였다. 흠 잡을데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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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배기 아들 연우를 안고 "우승자" 임정숙이 LPBA 7차전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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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연우를 혹시 당구선수로 키울 생각은.

△이=아직은 너무 어리지 않을까(연우는 2015년생). 하하. 다만 자연스럽게 당구장에 올 기회가 많아질텐데 먼저 하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도 억지로 당구 선수를 하게 할 생각은 없다.

△임=나도 그렇다. 나 역시 아버지가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처음으로 당구를 접했고 선수생활까지 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연우도 관심을 갖게될 것이다. 또 연우가 ‘엄마는 벌써 3번이나 우승했지’라며 엄마가 당구선수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함께 당구칠 날이 생길 것 같다.

▲두 사람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성남의 오래된 당구 동호회 ‘성남연합동호회’에서 만난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나는 2000년부터 그 동호회에서 활동했고, 아내는 2010년 동호회에 들어왔다.

△임=맞다, 남편을 처음 본 게 2010년이었다. 그때 나는 동호인으로 4구만 치고 있었는데 3쿠션을 배우고 싶더라. 그래서 같은 동호회 소속인 남편에게 ‘당구 좀 가르쳐달라’며 일하는 당구장으로 찾아갔다. 그때가 2011년 겨울이었고 일주일에 1, 2번 시간날 때마다 찾아가 당구를 배웠다. 수지도 그 때 18점에서 23점으로 상승했다. 하하.

▲그 이후는.

△이=사실 나는 2010년 처음 봤을 때부터 아내에게 호감이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동호회 활동하는 걸 보니 성격도 좋더라. 다만 아내와 나이 차(45세-34세)가 많다보니 그냥 관심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당구배우러 오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내심 속으로 기뻤다. 하하. 당구를 가르쳐주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반년 뒤인 2012년 6월 서로 호감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이후 1년 5개월 뒤 2013년 11월에 결혼했다.

△임=남편에게 당구 배울 때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란 걸 많이 느꼈다. 또 내가 못치는 공을 척척 풀어내니 멋져 보이더라. 하하. 그래서 연애도 하게 됐고 (남편이)결혼하자고 할 때 내 평생 당구선생님이 돼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당구가 내게 참 많은 걸 가져다줬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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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숙과 이종주는 서로 성남의 한 당구동호회에서 만나 당구 제자와 선생님으로 인연을 쌓고 지난 2013년 결혼했다. 인터뷰 중 임정숙과 이종주가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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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당구선수가 됐나.

△임=동호회 활동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상아(LPBA)선수 권유로 당구선수가 됐다. 남편 만나고 한창 실력이 향상되던 때인 2013년 성남당구연맹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난 사실 당구선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먼저 선수생활하고 있던 (이)충복이 형, (엄)상필이와 친하게 지내는 동호인이었다. 근데 2007년에 상필이가 ‘형, 부산 한번 놀러가자’고 하더라. 당시 나는 수지 40점 정도였고 상필이가 부산에 있는 전국대회 목표로 선수등록하자고 권유했다. 그래서 2007년 성남연맹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당구선수 활동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당구선수가 되고나니 마음가짐도 진지해지고 좋아하는 당구를 직업으로 선택해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종주 선수는 PBA97위로 다음시즌 1부투어에 잔류하려면 ‘큐스쿨’을 통과해야 한다.

△이=아쉽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나 대신 아내가 우승을 많이했으니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해야하나. 하하. 하지만 여전히 1부투어에서 활동하고 싶다. 이를 위해 연습에 정진, 1부투어에 잔류해서 다음시즌에는 4강에 오르고 싶다. 우승도 해보고 싶다.

△임=그 부분에 항상 남편에게 미안하다. 사실 남편은 대회를 온전히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밤 늦게까지 당구장 운영해야 하고, 나까지 챙겨줘야 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큐스쿨을 앞두고는 당구장 알바를 늘려 남편이 온전히 대회준비에만 집중하게 해주려 한다.

▲LPBA 3회우승으로 상금을 많이 받았다. 상금은 어떻게 쓰고 있나. (임정숙의 상금은 3회 우승 4500만원 포함, 총 4680만원)

△이=아내가 받은 상금은 100% 아내에게 맡긴다.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준다.

△임=우선 당구장 운영과 육아 등을 위해 저축한다. 또 이사도 계획하고 있고 많은 도움을 주시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께 용돈도 드린다. 당구선수생활하며 이렇게 많은 상금을 받아본게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고생한 우리 가족을 위해 작년 10월 태국 푸켓으로 남편, 연우와 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PBA는 이종주-임정숙 부부에게 많은 걸 준 셈이 됐다.

△임=맞다. 대회장이 항상 활기차고 선수도 즐겁게 대회에 임하지 않나. 그런 분위기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다만 관객 좌석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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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LPBA를 합해 최초의 3회 우승자가 된 임정숙이 자신의 LPBA 우승컵을 앞에 두고 "남편" 이종주에게 입맞춤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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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7차전 우승자 김병호 선수도 딸 김보미 선수(LPBA)와 함께 가족 선수다.

△이=김병호 선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서로 딸과 아내를 열심히 챙겨준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하하. 그래서 대회장에서 만나면 서로 이해한다는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래서 그런지 김병호 선수가 극적 우승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임=나 역시 김병호 선수가 우승할 때 감동을 받았다. PBA결승전을 앞두고 김병호 선수와 호텔 로비에서 만났는데 김병호 선수가 ‘우승자 기운’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 하하. 그래서 악수나누며 기운을 전해줬고 실제로 우승하니 내 기운으로 우승한 것 같아 더 기뻤다.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고.

△이=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분들이 많다. 먼저 저희 부부를 후원해주고 있는 에이블의 황인훈 이남교 신동혁 대표님과 분당 성지학원 박준환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또 성남당구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전 성남당구연맹 이은성 회장님과 이미래 선수 아버지인 이학표 씨에게도 감사 뜻을 전하고 싶다. 우리 부부에게 늘 당구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충복이 형과 상필이한테도 늘 고마운 마음이다.

▲사용하는 큐는.

△이=아내는 에이블 ‘프로 SP 28번 큐’를 쓰고, 나는 에이블 ‘상하기 9번 큐’를 사용한다. 두 큐 모두 섬세하게 공을 다룰 수 있는 부분에 강점이 있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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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 우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감사한 경험을 받게됐다는 이종주-임정숙 부부는 다음 시즌 PBA에서도 활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주와 임정숙이 당구대 앞에서 큐를 들고 인터뷰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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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파이널과 다음 시즌 각오는.

△임=시즌 전 목표로 했던 LPBA파이널 무대가 곧 개막한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첫 경기부터 쉽지 않겠지만 늘 그랬듯 남편과 함께 열심히 연습해 좋은성적을 거두고 싶다. 목표는 4강에 반드시 오르는 것이다. 또 이번 시즌 3회 우승이라는 정말 감사한 성적을 거뒀다. 다음 시즌에 이를 넘는 4회 우승은 쉽지 않겠지만 대회가 늘어나는 만큼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고 싶다. 아울러 ‘한 시즌 3회 우승’기록도 안 깨졌으면 좋겠다. 하하.

△이=큐스쿨을 통과해 꼭 1부리그에 잔류하고 싶다. 그래서 PBA에서 당당히 우승권에 가까운 선수가 되고싶고 또 아내와 함께 다음시즌 프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dabinnett@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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