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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여권, 총선 두달앞 잇단 '돌발악재'에 곤혹…"위기감 부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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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고발'·'정세균 설화' 등 실책 잇따라…민심에 부정적 영향

진보 진영서도 "입막음 소송" 비판 이어져…지도부는 '침묵'

정 총리, 코로나19 어려움 겪는 상인에 "편하시겠다" 발언에 싸늘한 시선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14일 자당에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한 데 따른 후폭풍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 논란이 겹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하루 만에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고, 정 총리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거센 비판이 이어지면서 총선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받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장을 나서며 임미리 교수 고발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0.2.14 jeong@yna.co.kr



민주당은 이날 임 교수 및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며 논란 차단에 주력했다. 별도 공지를 통해 고발 조치가 과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고발이 이해찬 대표 명의로 이뤄졌음에도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별도의 사과를 포함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등 침묵했다.

이런 가운데 고발에 이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당은 공지에서 "임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애초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한 공지문을 발송했다가 이를 부랴부랴 정정하는 해프닝을 자초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를 덜라고 올린다"며 자신의 학력에 더해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출마, 민주당 손학규 대선후보 경선캠프, 창조한국당 홍보부단장 등 정치 이력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보수 야권뿐 아니라 진보 진영 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임 교수가 과거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며 칼럼의 '정치적 목적'을 언급한 점은 유감"이라며 "표현 자유와 언론 독립을 침해하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당초 고발했던 이유를 듣고 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형적인 이분법적 사고다. 큰일 낼 사람들"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이) 반성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고발 취소하면서도 뒤끝 남기는 것을 보라"며 "하는 짓이 아주 저질"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을 꾀해도 모자랄 판에 진보층 이탈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정세균 총리 '오찬 간담회에서'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2.14 kjhpress@yna.co.kr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 총리의 설화도 민주당에 곤혹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정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인을 위로하기 위해 전날 찾은 서울 신촌의 상점에서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죠", "요새는 (손님이) 적으시니까 좀 (일하기) 편하시겠네"라고 건넨 말이 논란을 불렀다.

정 총리는 "지금 조금 장사가 되지 않더라도 곧 바빠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시라는 뜻에서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어떻게 일국의 국무총리가 서민 고통에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면전에서 대수롭지 않게 늘어놓을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민생 경제와 서민의 생업을 걷어차는 망발이 개탄스럽다. 바이러스만큼 '세균'도 문제"라고 논평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 관계자들은 소위 '헛발질'로 불리는 말실수나 엉뚱한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 민심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실수'가 연달아 나오는 것을 두고 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외부의 비판에 열려있지 않고 경직된 측면이 있다거나 상황을 너무 낙관해 방심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당이 이번 총선에 대한 위기감을 보다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은 기본적으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당이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도층이 여권에 등을 돌리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잇단 실책은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

이른바 불과 한 달 전인 1월까지만 해도 앞섰던 '정부 지원론'이 '정부 견제론'에 뒤처진 것으로, 이는 중도층과 무당층이 야당 승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한국갤럽의 분석이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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