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北취약성 우려…신속 승인 준비"
인도적 지원 관한 대북제재 문제 협력 뜻
남북 방역협력에도 긍정적 영향
북한 매체들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긴급채택한 결정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기간이 30일로 연장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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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코로나19(COVID-19)와 관련해 북한의 취약성을 우려한다며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 관련 보도를 이례적일 정도로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남북간 방역협력과 북·미대화 재개의 디딤돌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에 대한 북한 주민의 취약성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에 대응하고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적 원조, 보건기구의 노력을 지원하고 장려한다"며 "미국은 이 기구들의 지원에 관한 승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의 코로나19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국무부 성명은 국제적십자연맹이 북한의 코로나 발병을 막기 위한 긴급 제재 해제를 요청한 뒤 나왔다.
앞서 국제적십자연맹 아시아태평양지부는 지부장 명의 성명에서 북한에 개인 보호장비와 진단키트 등 인도적 물품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특히 북한에 있는 적십자 사무소로의 계좌 이체 허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부과한 각종 제재의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셈이다.
이날 국무부 성명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국이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북·미대화가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로도 풀이할 수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한 사진으로, 북한 대동강구역 청류종합진료소에서 관계자들이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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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의 이번 유화적 메시지가 남북 방역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간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우리 측 상황, 그리고 북측의 진전 상황을 봐가면서 논의 시점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5일 공개한 '감염병 확산과 남북협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외부로부터의 의료장비와 물품 지원이 절실해질 것"이라며 "북한과 협력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실장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적교류 차단을 넘어서는 대책들이 필요하다"며 열 감지 카메라, 진단키트, 방역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장비와 물품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의 이규창 인도협력연구실장도 앞서 지난 4일 발간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과 재난공동대응' 보고서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와 감염병 유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미국의 적극적 지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관건은 북한의 수용 여부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때에도 정부는 남북간 방역협력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 실장은 "감염병 분야의 남북협력에 있어 북한은 자국의 국가이익 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국 정부의 협력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최근 코로나19 대응은 방역 협력에 호응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낳는다. 북한은 주민들이 보는 매체는 물론 대외매체를 통해서도 코로나의 위험성과 방역 활동의 중요성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와의 전격적인 방역협력을 위한 명분쌓기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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