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브 국무실장 "내년부터 영·EU 사이 통관절차 시행돼…업계, 준비 나서야"
업계 "제약 없다더니 이제야 말바꾸기…기업·소비자 부담 증가"
이달 1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의 '물리적 국경 반대' 입간판 옆을 지나는 차량들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로 내년부터 영국의 수출·입 과정에 일부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영국 정부 고위인사가 시인했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10일(런던 현지시간) 무역업계 대표단과 만나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는 점을 여러분이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현장 녹음과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고브 실장의 역할은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에서 사실상 부총리에 해당한다.
'미래관계에 대비한 국경 구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고브 실장은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제 변화를 이행할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고브 실장은 업계가 이러한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브 실장은 식품이나 동물로 만든 물품의 교역에는 안전성 검사가 도입될 것이고 관세 절차도 수반되는 등 물리적인 검역·검사·통관 절차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후에도 정보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수출입 절차에 따른 제약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존슨 총리 정부가 물리적인 통관절차가 불가피하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고브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온라인 통관이 완전히 정착되려면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 참석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국무조정실 당국자들은 2021년에 통관 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에 최고 수준으로 통관 절차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관 절차를 최소화하려면 영국이 브렉시트 후에도 EU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앞서 존슨 총리는 영국이 EU 규정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고브 실장도 "통관 절차를 피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EU 규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그렇게 한다면 총선을 통해 확인된 EU 탈퇴 원칙을 흔드는 것이 된다"고 말해 업계 편의를 위해 EU 규정을 따를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고브 실장의 간담회 발언과 관련, EU와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업계가 대처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유예' 등 앞서 검토한 무역업계 부담 경감방안은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충 설명을 내놨다.
작년 11월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완수' 총선 공약을 설명하는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와 고브 국무조정실장 |
산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식음료연맹은 계획을 세우고 이행할 시간이 촉박할 뿐만 아니라 "영국과 EU 무역에 제약이 생기면 이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 뻔하다"고 걱정했다.
영국 물류업 단체인 화물수송협회(FTA)의 정책국장 엘리자베스 더용은 "정부는 무역에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이제는 2025년이 돼야 불연속 없는 통관이 이뤄진다고 말을 바꿨다"며 "업계가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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