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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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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결단’…한국당, 개혁공천 못하면 ‘도로 새누리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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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불출마…한국당과 신설 합당”]

한국당 친박계 반발 정면돌파하며

‘불출마’로 새보수당 세 유지 고육책

TK 중진 ‘수도권·험지’ 압박 커질듯

‘신설 합당’ 방식은 온도차 존재

한국당 일방 주도땐 합당 의미 퇴색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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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대구 동구을·4선)이 9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고, 새보수당 내부에서도 유 의원의 진정성을 평가하며 지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다만 유 의원이 합당과 함께 요구한 ‘개혁 보수’의 가치가 향후 꾸려질 통합 신당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규모 물갈이 등 개혁 공천에 실패하면 ‘도로 새누리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신설 합당을 위한 불가피한 카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신설 합당+불출마’ 왜?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며 “개혁 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당 결심을 하면서 저는 오직 한가지, 국민의 뜻만 생각했다. 대한민국을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이 제안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또 공천권과 지분, 당직에 대해서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보수 재건) 3원칙만 지켜달라. 도로친박(근혜)당, 도로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 의원의 불출마와 신설 합당 추진 발표는 당내에서 조율된 게 아닌, 유 의원 홀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유 의원은 그동안 한국당과 통합 협상 과정에서 △신당 창당 △선거 연대 △독자 행보 등의 선택지를 놓고 이견을 조율해왔다. 유 의원은 무리한 합당 또는 신당 창당 대신 후보 단일화 등의 방법으로 선거 연대를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어왔으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총선이 다가오면서 압박이 심해졌다. 한국당뿐 아니라 새보수당 내부에서도 ‘무조건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통합 논의에 참여했던 한국당 관계자는 “최근엔 새보수당 쪽에서도 유 의원 빼고라도 합당을 할지 말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던 것으로 안다”며 “유 의원이 결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새보수당 쪽은 “유 의원은 내려놓을 준비가 된 지 오래됐다. 불출마 선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내부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유 의원의 결단으로 대구·경북 중진은 수도권으로 올라오거나 죽거나 결정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불출마를 통해 개혁적 공천을 주장할 명분과 협상력을 확보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유승민만은 안 된다”는 한국당 친박계 반발을 돌파하면서, 새보수당 내 세력을 4월 총선에서 살리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도 있다.

■ 보수 통합 급물살?…관건은 합당 방식·개혁 공천

유 의원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야권의 통합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통합 논의의 상대였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유 우파 대통합을 위해 어려운, 귀한 결단을 했다”며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 심판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은 보수·진보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의 싸움”이라며 “이 싸움 선봉에 유 의원이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큰 장수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수 통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설 합당’ 방식에 대해서도 한국당과 새보수당 사이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한국당은 재야 시민단체까지 모두 모여 있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 체제 아래에서 당 대 당 실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의동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설 합당은 정당법에 의해서 정당끼리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종적 의사결정을 하는 권한은 통합신당준비위원회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혁적 공천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통합 정당이 개혁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경남 밀양과 거창을 찾아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만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듭 설득했으나 거절당했다. 만약 한국당이 대대적인 개혁 공천에 실패하고, 통합 과정에서도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형태가 된다면 ‘도로 새누리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당은 새보수당과 재야 보수 시민단체가 함께 모인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오는 12일 보수 통합과 당명 개정안을 공식 인준할 전국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전에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만나 담판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미나 이주빈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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