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라는 게 국민 명령, 단순히 합쳐선 안 돼…그래서 총선 불출마"
'개혁공천' 메시지 주목…15년만에 지역구 떠나며 "대구의 아들로 기억되길"
기자회견 자료 보는 유승민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통합이냐 독자노선이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유승민 의원(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결국 합당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이 이뤄질 경우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스스로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유 의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결심을 밝혔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을 뛰쳐나와 새로운보수당을 만든 지 약 1개월 만이다.
한국당과의 합당 추진이 총선 불출마로 이어진 유 의원의 논법은 이렇다. "'보수 통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순히 합친다고 다가 아니다. '개혁 보수'로 합쳐야 한다. 그 진정성을 위해 자신을 내려놔야 한다. 따라서 불출마한다."
이 논리에 따라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보수는 뿌리부터 재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보수정치가 가야만 할, 결국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길이 개혁 보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개혁 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는 결론을 냈다.
유 의원이 내세운 '개혁 보수'는 그가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박차고 나갔을 때부터 강조해왔다. 당시 가칭으로 쓰였던 당명이 '개혁보수신당'이다. 지난해 말 보수 통합 국면이 전개되기에 앞서 '보수 재건 3원칙'에 으뜸으로 담은 가치이기도 하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보수", "정의로운 사회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보수",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라는 민주공화국 헌법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는 보수"를 개혁 보수의 요체로 꼽았다.
지난 9년의 보수 정권은 물론, 최근 3년의 한국당도 개혁 보수로 볼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이 점 때문에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한국당과의 합당이 '개혁 보수로의 합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유 의원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불출마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쳐 개혁 보수로 나아가는 데 제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개혁 보수를 포함한 3원칙만 약속대로 지켜진다면, 총선을 앞둔 합당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공천권(지분)이나 당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결국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불출마 선언으로 개혁 보수론에 진정성과 무게감을 싣고, 이를 통해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행동을 끌어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대권을 노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 대표 모두 '원외 주자'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국회로 입성하려는 상황"이라며 "유 의원이라고 왜 '금배지'의 유리한 점을 모르겠나. 불출마는 그만큼 절실한 외침"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불출마가 오히려 차기 대권까지 내다본 승부수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사즉생'의 각오가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 재건으로 이어진다면 유 의원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이 될 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을 강조했다.
합당 이후 개혁 공천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반발을 억누르는 데 유 의원의 불출마는 강력한 방패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당 내에서 유 의원의 정치적 공간을 넓혀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유 의원은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대구 동구을)를 15년 만에 떠나게 됐다. 그는 2004년 비례대표 의원이 됐고, 이듬해 이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유 의원은 "대구가 낡은 보수의 온상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당당하게 개척하는 개혁의 심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림(士林)의 피를 이어받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에 충성하는 기개와 품격을 지닌 '대구의 아들'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덧붙였다.
정론관 들어서는 유승민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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