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1월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정치행정대학 523호에서 열린 강의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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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지난 25년간 할만큼 했습니다. 나는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들러리도 아닙니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막다른 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잠룡’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대결에 나서면서 홍준표 전 대표의 선택지가 좁아진다.
황 대표의 결단은 줄곧 현 지도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던 홍 전 대표에게 ‘압박’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다.
홍 전 대표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분위기 반전을 이루고 ‘고향 출마’의 뜻을 이룰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당 공관위 "홍준표, 서울 강북으로"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홍 전 대표의 ‘험지’ 출마를 강력 요청하는 상황이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8일 홍 전 대표와 전화 통화해 서울 강북 출마를 요청한 데 이어 9일엔 홍 전 대표 사무실이 있는 경남 밀양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홍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이후 처음으로 김형오 의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또 “나를 효수(梟首)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도 김형오 의장님의 오늘 밀양 선거 사무실 방문은 감사했다”며 “부디 공천 혁신을 통해 우리당이 부활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한 후 첫 방문지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를 찾아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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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종로 출마'에 홍준표 "…"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그 자체로 홍 전 대표에게 압박이다. 황 대표가 ‘대선 주자 1위’인 이 전 총리와 한판 승부에 나선만큼, 홍 전 대표 역시 험지 출마를 피할 명분이 없다는 게 당내 목소리다.
홍 전 대표의 SNS 글도 되돌아온다. 홍 전 대표는 이달 6일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며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 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언제 대안이 있어서 비대위를 구성 했는가. 1년 동안 그렇게 당을 망쳤으면 이제 됐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보수 대통합’ 움직임도 홍 전 대표를 어렵게 한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9일 자유한국당의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보수 대통합 등을 명분으로 험지 출마를 각오한 것으로 전해진다.
◇'25년의 헌신'…'무소속 출마 카드' 통할까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반격 카드는 ‘25년의 헌신’이다. 홍 전 대표는 9일 SNS를 통해 “지난 25년간 이 당에 입당한 이래 저격수, 험지 출마를 계속해 오면서 당을 지켰다”며 “당 해체를 막기 위해 절망적이였던 탄핵 대선에도 당의 요구에 따라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하고 출마해서 당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끝내 울분도 터트렸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5년간 흔들림 없이 당을 지켜온 사람은 효수 하겠다고 모욕하고 정치 입문 1년 밖에 되지 않고 당에 아무런 공헌한 바도 없는 사람은 꽃가마를 태워 모신다”며 재차 비판했다.
한국당 공천위가 홍 전 대표의 험지 출마 뜻을 고수하는만큼,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고려된다. 홍 전 대표가 앞선 수차례 정치적 위기를 특유의 승부수로 극복했던 점에 비춰 ‘무소속 카드’로 이번 정국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전날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다”며 “고향 출마를 (공관위에) 설득하지 못하면 무소속 출마를 당하느냐의 문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나처럼 ‘좌고우면’ 하면서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홍준표’식 정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을 한 이후 참가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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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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