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던 보수단체 대규모 집회 평가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20/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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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강북 험지로 출마하라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고향 공천'에 제동을 거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직접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창녕에서 공천을 못 받으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겠다는 뜻까지 밝힌 상태다.
(☞본지 2월8일자 [단독홍준표·김태호, '고향 공천' 안돼…"험지출마" 참고)
홍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표직 사퇴 이후 처음으로 오늘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의 전화를 받았다"며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 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나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삿짐 싸서 내려와 사무실, 선거 조직 셋팅(정비) 다 해놓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며 "이젠 그만 놓아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공관위를 설득해보겠다고 거듭 밝혔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원님들이 한번 불러 주시면 더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공관위 회의를 앞두고 홍 전 대표가 강력 반발을 계속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공관위의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언급했다는 서울 강북 험지는 홍 전 대표의 과거 지역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서울 동대문을 등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형오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2.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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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 공천 신청을 공관위가 불허 할 것이란 게 확실시되자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손바닥위 공깃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에서 불러주면 설득해 보겠다"며 "언제나처럼 좌고우면 하면서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홍준표식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고향 출마를 설득 못하면 무소속 출마를 할것이냐의 문제이고 공천되면 양지이고 제거되면 험지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당초 "고향 출마냐 총선 불출마냐의 문제"라고 적었으나 이후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이냐"로 수정했다.
공천 신청을 한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급 정치인이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 출마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현재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인 이해찬 의원(세종특별자치시)조차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홍 전 대표로서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제거되면 험지가 될 뿐"이라는 말은 자신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에서 한국당(혹은 통합신당)이 의석을 잃는다는 경고다.
해당 지역구에는 홍 전 대표와 박상웅 당 인재영입위원, 신도철 전 한국법경제학회장, 이창연 전 국회의원 보좌관, 조해진 전 제18·19대 국회의원 등이 공천 신청을 했다.
공관위는 10일 오후 회의를 열어 홍 전 대표를 비롯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의 전략 공천 안건을 논의한다. 김 전 지사도 고향인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에 공천을 신청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21대 총선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고향 출마'는 안 된다는 게 공관위원들의 전반적 입장이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이미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출마지역을 놓고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관위와 마찬가지로 황교안 대표도 대표급 지도자들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 본인이 종로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 같은 요구는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
홍 전 대표는 이미 오랜 시간 당을 위해 헌신한 자신과 1년 전에 정계에 입문한 황 대표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여당의 공세가 거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자신이 맡아 '후방 수비대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에 맞서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못지 않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성장해온 중량급 인사들이 수도권에 총출동해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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