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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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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02년 만에 '토요 총선'…과반 확보 정당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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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 제외한 159명 선출 예정…과반 기준은 80석

집권 통일아일랜드당, 제1야당 공화당·신페인당에 지지율 열세

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걸린 아일랜드기와 선거 포스터 [A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아일랜드에서 1918년 이후 처음으로 토요일인 8일(현지시간) 총선이 치러진다.

이날 총선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되며, 유권자들은 전국 39개 지역구에서 각각 3~5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아일랜드 하원 의석은 총 160석이지만 의장은 자동 당선되는 만큼 모두 159명의 의원이 새롭게 뽑힐 예정이다.

앞서 집권 통일아일랜드당(Fine Gale) 대표인 리오 버라드커(41) 총리는 의회 내 무소속 의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공화당(Fianna Fail)과의 '신임과 공급'(confidence and supply) 협정이 종료하면서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개최를 결정했다.

이번 총선은 2016년 총선 이후 4년 만이다.

아일랜드는 이양식 투표제(STV·single transferable vote)라는 독특한 비례대표 형태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유권자는 투표 시 가장 선호하는 후보부터 순서를 매길 수 있다.

유권자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 기준 이상의 득표를 하거나, 아예 탈락할 경우 이 유권자의 표는 2순위, 3순위 선호 후보에게로 전이된다.

매우 복잡한 방식인 만큼 개표 결과를 집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유권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 버라드커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일아일랜드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아일랜드당은 미홀 마틴 대표가 이끄는 제1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제3당인 신페인당에 비해서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세 정당 모두 조사기관에 따라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큰 격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인 버라드커 총리는 영국과의 브렉시트(Brexit) 협상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견고한 지지를 얻어왔다.

아일랜드는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세와 함께 매우 낮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치솟는 주택가격과 임대료, 이로 인한 노숙자 증가에다 의료서비스 부족 등으로 다른 한편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정부를 꾸릴 수 있는 과반(80석)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직전 의회 해산 당시 의석은 통일아일랜드당 47석, 공화당 45석(의장 제외), 신페인당 22석, 노동당 7석, '이익에 앞선 연대'(Solidarity People Before Profit) 6석, 무소속 22석 등이었다.

이에 따라 2016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총선 이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아일랜드당은 2016년 총선 이후에도 두 달 넘게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다가 공화당과 '신임과 공급' 협정을 통해 가까스로 정부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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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공화당 대표, 버라드커 통일아일랜드당 대표,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왼쪽부터) [EPA=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도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합종연횡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좌파 성향의 제3당이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한 신페인당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전망되지만,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은 그동안 신페인당과는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메리 루 맥도널드 대표가 이끄는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 내전 당시 수많은 폭력사태를 불러왔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전 정치조직이다.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은 신페인당이 과거 유혈분쟁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신페인당과는 정책적 노선에도 차이가 있다.

신페인당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원하는 민족주의 정당이다.

신페인당은 수년 내 아일랜드 통일을 위한 투표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 역시 장기적으로는 아일랜드의 통일을 원하지만 지금은 이를 위한 투표를 개최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페인당은 총선 캠페인 기간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 42명의 후보만 출마시켰다.

단독으로 정부 구성은 불가능한 만큼 통일아일랜드당이나 공화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 버라드커 총리와 각료들이 계속 정부를 운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아일랜드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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