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21대 총선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
[the300]①황교안, 이낙연과 빅매치?… "文정권과 황교안의 싸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종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약속의 땅"이라며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를 반드시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 대한민국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민생경제는 파탄 나고 곳곳에서 못살겠다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넘쳐난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과거 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종로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춘의 꿈을 키워온 희망의 땅"이라며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제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 있다. 제가 이곳 종로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종로구 화동에 위치한 경기고와 종로구 혜화동의 성균관대를 나왔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는 점도 고백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총선을 진두진휘하는 당대표로서 당의 이러한 전체적인 선거전략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어떤 선택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당을 위한 것인지 많은 고뇌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대표인 저의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당대표로서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은 제가 무엇을 마다하겠냐"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제 국민들의 부름에 응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저 황교안,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 혁신과 통합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상대방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대결에 대해서는 "제가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재인정권"이라며 "어떤 사람과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고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 대표는 "어느 지역구에서 승패가 어떨 것이라고 하는것은 합당치 않을 수 있다"며 "청와대가 위치한 이 종로에서 승리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무소속)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표는 문재인 좌파폭정을 막는 것"이라며 "뜻이 같으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21대 총선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
②'35일만의 선택' 황교안, 결국 종로로 간 이유
'황교안의 선택'은 결국 종로였다.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한 직후부터 줄곧 출마지역으로 지목된 곳이다.
이미 기정 사실 같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종로로 이사한 지난해 6월에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여당 주자로 유력해진 지난해 연말에도, 늘 여론의 관심은 '황교안과 빅매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걸렸다. 지역구 출마냐 비례대표냐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던 가운데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게 1월3일이다. '수도권 험지=종로'를 결정하는데 35일 걸렸다.
돌고 돌아 종로다. 출마지역이 확정되지 않자 서울 양천구, 용산구 등이 거론됐다. 험지가 아니라 이길만한 곳을 찾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실 대체 후보지로 나온 곳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지만 17~19대 총선에서는 모두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이겼던 지역이다. 결정이 늦어지자 불출마 카드도 당 안팎에서 거론됐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나섰다.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이 안 정해지면 다른 대표급 주자들의 출마 지역도 정할 수 없다. 전체 판을 짤 수 없다는 얘기다. 6일 밤, 7일로 예정된 회의를 전격 10일로 미루며 압박했다.
이때부터 황 대표의 시간이었다. 10일 오후 공관위 회의 시간에 임박해 입장을 밝힐 수록 쫓기는 모양새가 강해진다. 그렇다고 결단을 안 내리는 건 최악이다.
종로가 아니면 불출마였다. 헌신과 희생이라는 명분은 얻겠지만 실리가 불명확하다. 정치신인이 '자기 선거'를 단 한번도 치러보지 못하고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 황 대표에게 불출마는 불안과 불확실이다.
주말이 되기 전에 행동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심시간 무렵부터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황 대표가 결심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개인과 일대 일 경쟁이 아니라고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설사 패배하더라도 전국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종로에서 당선이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황 대표의 고민이 길어졌던 이유였다.
당내에서는 "잘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당 대표의 결단으로 총선 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는 기대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필요한 결단이었고 논란이 더 확산 되지 않도록 주말 전에 잘했다"고 밝혔다.
한 재선의원은 "타이밍(시점)이라는 게 정해놓고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워낙 중요한 결정이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너무 늦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한 다선의원은 "황교안 이름 석자를 걸고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외통수에 몰린 것"이라며 "선수를 쳤어야 했는데 등 떠밀리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통에 '종로 출마 효과'는 이미 상당부분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귀성인사를 마친 뒤 4·15 총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제안과 종로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
③종로에 먼저 '깃발' 꽂은 이낙연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 기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짧은 메시지를 냈다.
이 전 총리는 음력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출마선언을 공식화 했다. 그는 전날 이해찬 당대표의 출마 제안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는 말로 본격 총선 준비에 돌입해 이미 보름 넘게 종로에 얼굴을 알려왔다.
또 이 전 총리는 지난달 말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역 사무실을 이어받은데 이어 이달 종로구 교남동의 전세 아파트로 이사도 완료했다. 이사한 다음날인 3일에는 종로구청에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다.
이 전 총리는 '예비후보' 자격으로 지역사무실 현수막 설치와 명함 배포 등의 본격적인 선거운동도 가능해졌다. 현행법상 예비후보 등록 전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종로 지역구 총선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을 듣게됐다"며 "우리 시대의 갈등을 정리하고, 신사적 경쟁을 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의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오른쪽). 왼쪽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출마 입장을 밝힌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이번 종로구 총선은 전직 총리 출신의 빅매치이자,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뤄질 전망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인 이 전 총리에 이어 황 대표는 선호도 2위를 달리고 있다. 2020.2.7./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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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엇갈리는' 황교안 '종로 출마'반응… "큰 결단" vs "등떠밀려 출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빅매치'가 성사됐다. 차기 대선주자 1, 2위의 맞대결이 성사된 데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선 황 대표의 '결단'에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관위는 오늘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깊은 고뇌와 숙고 끝에 나온 결단은 피끓는 당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공관위는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가 아니라면 불출마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감사하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선거 견인을 위해 종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수도권의 우리당 붐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늦었지만 고뇌에 찬 결단에 당원으로서 감사드린다.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황 대표와 만남에 '시가상조'란 입장이었던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정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통합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높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의 종로출마선언은 혁신통합과 보수 승리의 청신호.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선언을 환영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두 사람의 빅매치를 환영한다면서도 황 대표의 출마 결정을 평가절하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후보의 오랜 탐색 끝에 이뤄진 빅매치이지만, 국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차기 대선주자로서 두 후보의 멋진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며 "마지못해 험지에 나섰어도, 선거운동은 정쟁의 틀에서 벗어나 당 대표답게 국민의 삶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과 함께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장고 끝에 민주당 후보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결을 결정한 데 대해 "당 안팎과 언론 등 비판에 쫓겨 떠밀리듯 마지못해 나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황 대표가 등떠밀려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매치의 당사자인 이 전 총리는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짧은 메시지를 내놨다.
박종진, 김하늬, 서진욱, 김민우, 이지윤, 김상준 , 이수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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