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축소판' 전망…96년 이명박·98년 노무현, 종로 승리 후 대권가도
4·15 총선 전국 판도에 영향…'종로 승리'가 '총선 승리' 시발점 될듯
'이낙연-황교안' 종로 빅매치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15 총선에서 맞붙게 된 서울 종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통한다.
지역구 내에 청와대가 있고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데다, 선거 때마다 거물급 인사가 격전을 벌인 역사가 있어서다.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대통령만 3명을 배출했다.
이윤영 전 국무총리 서리와 장면 전 부통령, 유진오 전 신민당 당수,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들이 줄줄이 종로를 거쳤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진보나 보수진영 어느 곳에서도 '독점'하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선거를 보면 17대와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박진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 통합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연달아 꺾고 승리했다.
19대와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정세균 의원(현 국무총리)이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 오세훈 후보를 모두 꺾고 연속 당선됐다.
거물들의 격전지인 종로에서는 과거 대권 가도로 이어진 선거가 여러 차례 펼쳐진 바 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종로에는 신한국당 소속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소속 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출격했고 이 전 대통령이 이겼다.
2년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치러진 1998년 보궐선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됐다.
15대 총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
노 전 대통령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이후 잡은 종로에서의 승리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 전 대통령도 이후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을 잡았다.
1998년 보궐선거 당시 보수진영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결국 불출마를 선택한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서 종로 출신의 노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게 됐다.
각 당의 간판급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에게도 이번 종로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번 종로 선거가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것"이라며 "총선뿐 아니라 향후 대선 결과까지 점칠 수 있을 선거"라고 말했다.
종로 선거는 이 전 총리와 황 대표 개인뿐 아니라 수도권, 나아가 전국 총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당시 신한민주당 이민우 총재가 민주한국당 정대철 후보와 민주정의당 이종찬 후보가 버티고 있는 '험지' 종로·중구에서의 승리로 전국에 돌풍을 일으켜 신민당을 제1야당으로 도약시킨 사례가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도저히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종로·중구에서 이민우 총재가 유세 중 '전두환은 독재자'라는 금기어를 하기 시작하면서 돌풍이 불었고 이는 신민당의 엄청난 승리의 시발점이 됐다"며 "이번 선거 역시 이번 총선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거로 전국 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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