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논란에 대한 안준영 PD 측의 주장이 또 한번 국민 프로듀서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에 대한 안준영 PD 측의 주장이 또 한번 국민 프로듀서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대한 투표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안준영 PD, 김용범 CP, 이모 PD와 연예 기획사 관계자 5명 등 총 8명의 피고인이 모두 출석했고,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동철 PD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의 변호인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혐의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그 중 몇몇 사례에 대해 "사욕이나 부정청탁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김용범 CP가 시즌2 당시 4차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과 관련해 변호인은 "생방송 전날 특정 연습생으로부터 데뷔조에 들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하차 의사로 받아들였다. 생방송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 해당 연습생이 아니라 차순위 연습생을 데뷔조 순위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PD가 시즌1에서 1차 순위를 조작한 것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특정 연습생들의 하차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듣고, 이를 직속 상사에게 보고했으며, 후순위 연습생들을 순위에 올리는 것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측은 "방송에 대한 애정과 실력 있는 데뷔조를 구성하기 위한 순수한 동기"라는 취지를 조작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날 검찰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시청자들의 투표를 조작해 데뷔조 멤버를 바꾼 것은 결국 회사 내 입지 등 개인을 위한 것이며, 공익적인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측은 '프로듀스 101' 전 시즌에 대한 투표 조작 의혹 일부를 인정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판에서 이들은 "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며 투표 조작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작의 이유를 '프로듀스 101' 시리즈 출신 연습생들의 의사나 실력 탓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에 있다.
특정 연습생들의 하차 의사가 어떻게 안준영 PD 또는 김용범 CP에게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때문에 투표를 조작한다는 건 시청자들의 투표를 100% 반영하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주된 기획의도와도 맞지 않는다. 또한 국민 프로듀서들이 실력을 비롯해 여러 평가 기준으로 투표를 했던 만큼, 안준영 PD가 연습생들의 실력을 반영해 임의로 데뷔조를 구성했다는 것도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습생들의 의사나 실력이 투표 조작의 이유로 소환됐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더 큰 분노만 주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취재진 외에도 엑스원의 팬들이 참석해 '엑스원 멤버들은 잘못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자료를 나눠줬다. 엑스원 출신 멤버들을 포함해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참여했던 연습생들은 조작 논란의 원인이 아닌 피해자다. 투표 조작으로 인해 이미 한 번 상처 받은 연습생들이 죄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도 언급되는 건 더 아픈 상처가 될 뿐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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