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7일 긴급 기자회견하며 출마 선언
"무능·부패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
다만 당내 일각 "이미 정치적 실기" 우려
선거 결과 따라 한쪽 정치적 타격 불가피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기념식’에서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전(前) 국무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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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前)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간의 서울 종로 빅매치가 7일 결국 성사됐다. 장고를 거듭하던 황 대표가 정치 1번지인 종로 출마 결단을 내리면서다.
여야 최대 잠룡 간 21대 총선 대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여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종로 선거부터 시작해 총선승리를 이끌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가 험지 출마를 언급한 지 한 달이 다되도록 종로 출마 여부 결정을 못 내리면서 당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시점이었다.
황 대표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기다리면서부터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비장함이 넘쳤다.
◇“일대일의 경쟁 아닌 文정권·황교안 싸움”
황 대표는 “자랑스러운 종로를 반드시 무능 정권 심판 1번지, 부패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로 출마는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이 아니라 문 정권과의 결전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 정권”이라며 “어떤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고 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전했다. 또 “종로 출마는 이 정권이 만든 나쁜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도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황 대표 말대로 민주당은 보수 진영 대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황 대표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종로에 등판하게 되면 야당 대표의 전국 지원 유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종로 대결을 압박해왔다. 종로에서 이 전 총리에게 패배라도 하면 대권 주자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까지 입힐 수 있다는 계산 역시 깔린 전략이었다.
선거 구도를 현 정권 심판이 아니라 차기 주자 간 대결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與 “정치는 늘 예외 있다” 안심만은 못 해
이 전 총리는 황 대표 기자회견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들에게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결단에도 당내에서는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결정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제 도망갈 데가 없으니 떠밀려서 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확실히 실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달 전에 깃발을 꽂고 확 나왔으면 이 전 총리가 저렇게는 못했다”며 “이미 겁쟁이 소리를 듣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다만 민주당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지역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라는 것은 늘 예외라는 게 있다”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011년 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분당에 출마했을 때 당선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텃밭인 분당에서 손 대표가 나갔을 때도 극적 반전이 있었다”며 “종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잘 닦아 놓기는 했지만 민주당 텃밭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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