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이찬열 의원을 만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찬열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후 자유한국당에 입당헀다./윤동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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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결정을 계속 미루면서 종로 출마가 아니면 불출마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아예 설 땅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는 종로가 아니라면 차라리 불출마하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의 좌고우면은 현역 50% 물갈이를 공언한 당 전체의 전략에 악영향을 준다. 장고(長考)는 자충수 (自充手)가 됐다.
7일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황 대표의) 불출마가 답이다"면서 "수도권 험지 출마하겠다고 했으면 곧바로 깃발을 꽂고 한 판 붙자고 했어야 한다. 그것이 싸움의 기본인데 지금은 다 놓쳤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문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며, 시대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당초 이날 열기로 했던 공관위 회의는 오는 10일로 미뤄졌다.
황 대표가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났지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출마하는 종로를 놓고 저울질만 해왔다. 그러면서 용산, 영등포을, 양천갑 등이 황 대표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한국당은 이 지역들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황 대표 당선 가능성을 파악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당선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명분 없이 비판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의 출생지인 용산이 종로 외 가장 유력한 출마지로 예상돼 왔으나, 이미 6명의 한국당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다.
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주중대사,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 출신 황춘자 전 한국당 용산구 당협위원장, 42세의 조상규 한국당 법률자문위원 등이다. 한국당 중진과 여성, 청년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지역에 당 대표가 자리를 잡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용산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용산 예비후보인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로 전선에서 후퇴하고, 용산 고지에 오르려는 황교안 일병의 용산 출마를 환영한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종로가 아니라면 상징적 차원에서 여의도 국회가 속해있는 영등포을 지역 출마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역시 19·20대 두 차례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곳이고, 이번에는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경쟁하고 있다.
신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등포을이 황 대표에게는 '당선 가능한 험지'인가? '당선 불가능한 험지'임을 기꺼이 알려드리겠다"고 했으며, 김 전 의원도 "제 정치적 고향이자 여의도 정치의 본산인 영등포을에서 경선에 승리하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공언했다.
양천갑은 목동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험지'가 아닌 '양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천갑 현역인 황희 민주당 의원은 "우리 지역은 한국당이 내리 6선, 총 24년을 집권했지만 제가 지난 총선에서 서울시 최다 득표로 당선된 곳"이라고 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종로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성주 새보수당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종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못 막으면 이낙연 정권 막기 어렵다. 저는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 위원장의 종로 출마를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4선을 한 대구 동구을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혀왔다.
보수 통합은 지지부진하다.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은 당초 지난 4~5일쯤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 위원장의 '선거 연대' 제안을 황 대표가 거부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만 한국당으로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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