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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1%대로 올라섰지만 ‘반짝 회복’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 붙고 유가까지 급락하고 있어서다.
6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보다 1.48% 상승하면서 13개월만에 1%대를 되찾았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기름값이었다. 전년 대비 12.4% 급등한 석유류 가격의 물가상승률 기여도가 0.49%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면 1월에도 0%대 상승률에 그쳤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0.9%에 그쳐,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가 반영되는 이번 달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제 유가가 급락세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의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원유 수요량이 하루 평균 300만배럴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1배럴당 63.27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지난 4일 49.61달러까지 미끄러졌다. 현재의 가격 수준은 지난해 2월말(57.22달러)보다 10% 이상 낮다. 이 가격이 유지된다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을 짓누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두바이유 가격 1배럴당 59달러를 전제로 물가상승률 1.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현재 두바이유 가격도 54.53달러에 그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지난해 1분기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던 물가에도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도 서비스업 분야의 물가 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로 꼽힌다.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한 지난 2015년 6월 외식업을 제외한 서비스업 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해 연 평균치(1.9%)보다 0.6%포인트 낮았다. 당시 소매판매는 의류 등 준 내구재(-9.5%)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3.2% 하락했으며, 숙박ㆍ음식점업(-10.0%), 여가 관련 서비스업(-10.1%) 생산도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중국의 생산 차질이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물가를 반등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장기적인 변수인 만큼 당장 2월 물가지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물가 움직임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최근의 유가 하락, 내수 부진 등은 단기적으로는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물가 등 내수 영향을 면밀히 살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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