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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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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후보 대타지역... 황교안 ‘종로 대타’ 찾다 점수깎이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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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피하려다 되레 종로가 아니면 안 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종로 대 비(非)종로’, ‘정공법 대 꼼수’ 프레임이 만들어진 탓이다.

황 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종로 출마를 촉구한 이석연 공천관리위원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황 대표는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종로 출마에 대한 고심이 이어지자 한국당은 다른 주요 지역에서도 좀처럼 대진표를 만들지 못하는 등 총선 준비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위원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실명 공개를 자처하면서까지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지 않으면 보수가 일어설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이 위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 인터뷰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공관위에서 모든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저의 문제는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서 도움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제1야당 대표이자 대권 주자로서 황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적지 않았다. 역대 다른 당대표들의 사례처럼 비례대표를 받고 전국 선거를 지휘하거나 불출마 후 통합지도자 행보 등이 가능했고, 지역구 출마 시에는 수도 서울 지역구 중 정치1번지 종로, 여의도 정치의 본산 영등포을을 비롯해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용산, 양천, 구로, 마포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좌고우면이 길어지면서 ‘비종로’를 선택하는 것이 점차 궁색한 선택이 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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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무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인사 후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종로가 아닌 다른 험지’를 찾으러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후보들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예비후보가 “신사적 경쟁”을 하자며 기다리는 사이, 무소속 이정현 후보가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일부 당원들은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을 종로 후보로 추대하겠다고 나섰다.

서울 용산의 경우, 민주당 권혁기 예비후보가 청와대 출신으로서 모범이 되기 위해 험지에 출마하겠다며 총선 1년여 전 미리 청와대를 나와 터를 닦고 있다. 권 예비후보는 이미 한차례 황 대표가 온다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며 ‘환영’ 입장을 내놨고 이날 또 “뚫리지 않는 방패가 되겠다”며 두 번째 입장을 내놨다. 한국당에서는 용산 출마를 준비해오던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황 대표가 용산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던 전날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나섰다.

서울 영등포을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역구가 거론되기 무섭게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당선 불가능한 험지임을 알려드리겠다”고 글을 올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됐다. 신 의원은 지난달 30일에는 “신경민 대 황교안, 신경민 대 박용찬(전 영등포을 한국당 위원장)을 묻는 여론조사가 오늘 영등포에서 돌았다”며 “‘당선 가능한 험지’는 일종의 ‘뜨거운 얼음’인데 그런 게 있느냐, 그냥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당내에서는 종로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나 정치신인 배치 등 다른 카드를 검토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고 황 대표가 험지에 자신 대신 보낼 대타만 찾는다는 이미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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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4.15총선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저의 종로 출마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 모든 정파들이 하나로 뭉칠 것을 제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양지에서의 승리보다 험지에서 석패하는 것이 정치적 자산’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승리하려는 계산이 길어지면 험지출마 선언→김형오 공관위원장 영입 등으로 이어지며 주목을 받았던 한국당의 총선 주도권 흐름이 끊겨버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진영 공개비난도 거듭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종로에 나가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당으로서도, 본인 개인적으로도 맞는 일”이라고 했고, 전여옥 전 의원도 “잔머리 굴리며 도망 다니면 ‘황교활’”이라며 맹비난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며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느냐”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공천신청을 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더이상 갑론을박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7일 황 대표 출마문제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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