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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춘재 8차사건 재심 판사 "억울한 구금 죄송" 사과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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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공판준비기일에 재심 청구인 윤 모 씨가 변호인들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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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가 억울하게 잘못된 재판을 받아 장기간 복역하신 건 법원의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6일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병찬)는 재심 청구인인 윤모(53)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판사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다.

재판부는 “이미 검찰은 윤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록을 제출했고, 변호인이 이에 동의한다면 윤씨에게 무죄가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런데 여기서 다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른 조사가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과 변호인의 뜻이 윤씨가 무죄라는 의견으로 일치하는 상황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 조작 과정 등 과거 수사 과정의 잘못을 이 법정에서 판단하는 것의 의미를 물어본 것으로 보인다.



윤씨 변호인 “무죄 선고만큼이나 실체적 진실 발견도 중요”



이에 대해 윤씨의 공동변호인단인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이주희 변호사는 윤씨의 무죄 선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찾는 것이라고 변론했다.

변호인 측은 “윤씨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해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시 (윤씨를 유죄로 판단한) 증거로 제출된 문제점을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며 “아울러 당시 수사 관계자와 국과수 등의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의 반론권도 보장된 상태에서 실질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날 송치한 이춘재 8차 사건과 관련한 서류와 19권에 달하는 과거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출해 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또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와 당시 수사 관계자, 국과수 감정인 등을 증인으로 요청하고,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범인의 음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신청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윤씨의 재심 청구 이후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한 결과 윤씨의 무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이춘재가 자백한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윤씨 수사는 강압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검찰은 윤씨의 권리 구제를 위해서 변호인 측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윤씨 “30년 전 판사 얼굴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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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공판준비기일에 재심 청구인 윤모 씨가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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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30년 전 판사는 얼렁뚱땅 느낌이었는데 오늘 본 판사는 현명한 것 같다. 그 판단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사과를 언급하면서는 “당시엔 판사님들 얼굴도 못 봤다”며 “그분들의 사과가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 커다란 파란색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온 박 변호사는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춘재는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한다”며 “이춘재가 반성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윤씨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위로받고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춘재 사건 가운데 윤씨의 재심 절차가 시작된 8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날 마무리 짓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춘재에게 살인 등 혐의를, 당시 수사 검사와 경찰 등 8명에게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이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2차 공판 준비기일은 다음 달 19일 열릴 예정이다. 다만 정식 공판은 새로 구성되는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오는 12일 퇴임하는 데다 배석 판사들도 이달 말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어서다. 변호인 측은 “지금 재판장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이번 재판의 취지를 인정해줬다”며 “예측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다음 재판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8차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A양(당시 만 13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 해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했다.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자 윤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4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수원=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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