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요청”에 갑론을박
호남선 “꽂아내리기” 반발
“서울·수도권이 아니라 호남이라고요?”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54·사진)에게 4·15 총선의 호남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일 의원들은 ‘뜨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임 전 실장이 지난달 22일 당 정강정책 첫 연설자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서울·수도권 출마설이 나왔던 터다.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의 서울 광진을 투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호남 선대위원장으로 호출한 것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일단 요청은 했다”고 확인했다. 호남 지역에선 ‘임종석 역할론’이 지역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임 전 실장이 인지도가 높은 데다 호남 출신의 잠룡이라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전략적 선거를 치러왔던 지역이라 유명 인사의 낙하산 투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지역 정가에선 4년 전 문재인 당시 당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호남에 올인했다 패했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말도 들린다.
그동안 임 전 실장의 총선 역할론은 서울 지역구 출마 가능성 수준이었다. ‘호남 선대위원장’ 발언이 전해지자 ‘호남 위기론’이 일기 시작했다. 4년 전 총선이 소환됐다.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악화된 호남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직접 호남지역을 훑었다. 그러나 전체 26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내줬다. 호남 정가 관계자는 “호남 사람들은 총선 직전 (당에서) 꽂아내리는 식의 선거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민도가 높은 호남 사람들을 상대로 총선 전에 갑자기 임 전 실장을 파견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엔 가치 중심의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데 청와대 출신 간판 인사가 오게 되면 정권심판 프레임이 불가피해진다”고도 했다.
반면, 대선 때마다 영남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할만 했던 지역 민심을 감안하면 전남 장흥 출신의 임 전 실장이 호남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양 원장은 “출마 혹은 불출마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지금 울산과 관련한 상황(검찰 수사)이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문제를 알아서 잘 대응한 다음 당의 요청을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총선엔 불출마한 뒤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임 전 실장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 일각에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불출마한 광주 북갑 출마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달 임 전 실장을 만났을 때엔 수도권 출마만 권했고 호남(선대위원장)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다만 “(호남 선대위원장 가능성은 총선) 구상의 범주 안에 들어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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