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으로 내수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채소류와 석유류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내수 위축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년여 만에 1%대로 올라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지운 것은 긍정적인 지점이지만, 생활 필수재인 채소류와 석유류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가계의 지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징후인 근원 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 상승률이 여전히 0%대인 상황에서, 공급발(發) 물가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경기 회복은 지연되는 데 서민 물가 부담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개월만에 1%대 물가상승률, 근원 물가는 여전히 0%대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1.5% 상승하며, 2018년 12월(1.3%) 이후 13개월 만에 ‘0%대 물가’를 벗어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9월 중 마이너스 물가(-0.4%)가 나타날 정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극심한 경기침체의 단면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징후인 근원 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 상승률이 여전히 0%대인 상황에서, 공급발(發) 물가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경기 회복은 지연되는 데 서민 물가 부담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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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의 고랭지 배추밭. /조선DB. |
◇13개월만에 1%대 물가상승률, 근원 물가는 여전히 0%대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1.5% 상승하며, 2018년 12월(1.3%) 이후 13개월 만에 ‘0%대 물가’를 벗어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9월 중 마이너스 물가(-0.4%)가 나타날 정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극심한 경기침체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대로 올라선 것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1월 물가 상승률은 유가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반영하며 작년 0.4%에서 1.5%로 크게 상승했다"면서 "최근까지 발표된 국내 실물지표의 경우 경기 개선의 신호들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월 물가상승률이 채소, 석유류 등 특정 품목 가격의 급등 때문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는 근원 물가상승률은 전년비 0.9% 상승에 그쳐,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일어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특정 품목은 가격이 폭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무(126.6%), 열무(122.0%), 배추 (76.9%), 브로콜리( 57.2%), 양배추(54.0%), 상추(46.2%), 부추(33.2%), 깻잎(31.0%), 풋고추(30.0%) 등의 오름폭이 컸다. 채소류 전체 가격 상승폭(15.8%)은 2017년 8월(22.9%) 이후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채소와 함께 생선, 해산물, 과일 등 기상 조건,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큰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도 2018년 12월(6.6%) 이후 가장 큰 4.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도 1월 물가가 1%대로 올라간 요인이었다. 1월 석유류 가격 상승폭(12.4%)은 2018년 7월(12.5%) 이후 가장 크다. 작년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걷혔고,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9주 연속 오르기도 했다.
◇"채소·석유류 물가급등, 내수 경기 악화요인 될 수도"
1.5%에 이르는 1월 물가상승률 중 석유류와 채소류의 기여도는 각각 0.45%P(포인트)와 0.24%P에 이른다. 1%대 물가의 절반가량이 석유류와 채소류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 급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가격 하락이 종료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특히 채소류는 작년 가을의 잦은 강우로 파종이 늦어졌고, 겨울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작황이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큰 폭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생활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채소, 석유류 가격 급등이 서민의 지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한 폐렴으로 내수 소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만 오를 경우, 서민들의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데 공급발 물가충격으로 내수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0%대 물가상승률이 장기화되면서 높아진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공급발 물가 충격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면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이 소비 여력과 소비자 체감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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