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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궁전 개조해 노숙자 쉼터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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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치유한다" 강조…19세기 대저택 고친 뒤 노숙자에 개방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노숙자 쉼터로 변한 팔라조 미글리오리 궁전의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로 바티칸 중심부 지척에 자리한 아름다운 19세기 궁전이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로 개방됐다.

3일 미국 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바로 옆쪽에 있는 '팔라초 밀리오리'(Palazzo Migliori) 대저택이 지난해 11월 노숙자 쉼터로 변신해 새로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지난 70년 동안 한 여성 수도회의 본부로 사용돼 왔다. 이 수도회는 이곳을 어린 미혼모들을 돕는 용도로 사용해 왔으나 작년에 건물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건물의 용도 변경을 놓고 고민에 들어간 교황청은 수많은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모이는 성베드로 광장과 가까운 입지를 살려 이 궁전을 호텔로 개조하는 방안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을 자신이 원하는 손님들을 위한 장소로 쓰길 원했다. 바로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조가 완료돼 노숙자를 위해 처음 문을 연 날 새로운 건물을 축성하면서 "아름다움이 치유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노숙인 마리오 브레차(53)는 "이곳은 훨씬 더 집 같은 느낌이 든다. 내 침대, 방,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합숙소와는 다르다. 그곳에선 때로 붐비는 우리 속 동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브레차 씨는 심한 순환계통 질환 때문에 다리를 절단한 채 매월 300달러(약 36만원)의 장애인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 궁전의 16개 침실에서 잠을 자는 남녀 노숙인 50여 명 중 한 사람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한다.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 명인 샤론 크리스너(23)는 "자선을 위해 이 장소를 사용하고자 했다면,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임대로 살게 해 큰 돈을 번 뒤 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이윤 극대화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아름다움이 치유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진짜 아름다운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과 관련된 다수의 자선사업의 책임을 맡고 있는 평신도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의 회원인 카를로 산토로는 "성베드로 광장과 성베드로 대성당 옆에 있는 아름다운 궁전이 최근까지 갈 곳 없었던 이들의 집이 된 것은 '진짜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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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7일 '세계 빈자의 날'에 노숙자 등과 오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자료사진]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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