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2위로 부상했다는 여론조사가 검찰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관련 수사로 현 정권과 갈등을 빚으며 '식물총장'으로 고립될 위기 속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윤 총장 측은 "정치는 안한다"며 자신의 행보에 대한 추측에 선을 긋고 있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심상찮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도 4월 총선 전까지는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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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급)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를 다음달 3일자로 단행했다. 지난 13일자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2차 검찰 인사다. 2020.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2위로 부상했다는 여론조사가 검찰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관련 수사로 현 정권과 갈등을 빚으며 '식물총장'으로 고립될 위기 속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윤 총장 측은 "정치는 안한다"며 자신의 행보에 대한 추측에 선을 긋고 있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심상찮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도 4월 총선 전까지는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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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조사에서 '윤석열' 빼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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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총장은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와 관련된 여론조사에 잇따라 자신의 이름이 오르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정치인들과 같이 여론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검 측은 윤 총장의 이름을 넣어 여론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해당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사에 윤 총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비공식적으로 다른 언론사들에도 "차기 주자 설문조사를 할 때 윤 총장의 이름은 넣지 말아달라"며 추가로 윤 총장이 포함된 여론조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단도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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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총장은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와 관련된 여론조사에 잇따라 자신의 이름이 오르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정치인들과 같이 여론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검 측은 윤 총장의 이름을 넣어 여론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해당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사에 윤 총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비공식적으로 다른 언론사들에도 "차기 주자 설문조사를 할 때 윤 총장의 이름은 넣지 말아달라"며 추가로 윤 총장이 포함된 여론조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단도리를 치고 있다.
앞서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총장은 10.8%의 지지율을 얻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32.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0.1%)를 제친 결과여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세계일보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달 중순 실시된 한국갤럽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주관식으로 실시된 조사 방식에서 1%의 응답율을 기록, 야권 대선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1월14~16일 1000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세계일보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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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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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정치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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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측에선 이같은 조사 결과에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윤 총장이 대권을 노리고 정치를 하기 위해 청와대 관련 수사를 한다"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제기되던 '음모론'이기도 하다. 윤 총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정치를 하고 싶었으면 현 정권과 척을 질 것이 자명한 일을 했겠느냐"며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해오기도 했다.
검찰총장 출신이 검찰을 떠나 정치에 뛰어든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993~1995년 26대 검찰총장을 역임한 후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검찰 조직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행보에 대해선 검찰 후배들의 시선도 매우 따가운 편이다.
윤 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은 모두 김 전 총장의 행보를 욕하면 욕했지,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윤 총장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정치에 뜻이 있었으면 박근혜정부 시절 좌천돼 떠돌았을 때 그때 이미 정치하러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윤 총장은 이 시기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어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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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22C 대한민국' 네이버 카페에 한 지지자가 올린 유튜브 캡처. 윤 총장을 닮은 캐릭터 인형과 함께 응원 메시지가 적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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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수사' 이어 정권 심판자 이미지…여론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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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도층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윤 총장을 주목하는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서 보여줬던 검사의 기개로 많은 응원을 받았던 그가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부패와 불공정에 칼을 휘두르는 '정권 심판자'로 주목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한다고 하면 바로 1위 될 것이지만 정치할 분은 아니다"면서도 "자꾸 정치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말아라. 이 분이 대통령 되면 너희들 다 죽음"이라며 반(反) 여권 정서를 대변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대선주자 2위 여론조사 결과 후 윤 총장과 검찰 수사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윤 총장이 집 근처 산책에서 만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요청은 늘 있었지만 최근엔 길을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윤 총장을 닮은 캐릭터 인형이 등장하는 등 윤 총장에 친근함을 표시하는 반응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세와 관심 덕에 법무부의 '검찰 때리기'와 검찰 내 분열 양상도 어느 정도 소강 상태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 붕괴 직전까지 하락하고 여당 지지율도 급락한 데에는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여파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추미애 장관이 임명한 신임 간부들이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기소 거부 등의 행태로 검찰 조직 내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더욱 난감한 처지가 되지 않겠느냐"며 "검찰 구성원들 역시 검찰 조직의 운명을 담보할 방안으로 윤 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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