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연구용역 입찰공고
등산객-불교계 오랜 갈등 원인… 사찰에 별도 재정지원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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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립공원 내 사찰이 징수해 온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문화재 관람료를 없애는 대신 사찰에 별도로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적용해 사찰에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다음 달 낼 예정이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자연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되는 민간의 활동을 정부가 지원금 형태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정부 관계자는 “각 국립공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에 사찰이 주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점을 인정해 재정 지원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1월 현재 국립공원 안에서 별도의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총 23곳이다. 관람료는 사찰에 따라 1000∼5000원 수준으로, 이 중 지리산 화엄사,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등 14곳은 사찰 입구가 아닌 등산로 입구에서 요금을 받고 있다.
등산객들은 “사찰에 가지 않아도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찰이 지리적 위치를 이용해 일반 관광객들에게 일종의 ‘통행세’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1000여 건의 국립공원 관련 민원을 분석했을 때도 ‘관람 의사가 없는 사찰 등에 대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한 민원이 38.8%로 가장 많았다.
반면 불교계는 관람료 징수가 사찰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1960년대에 사찰 부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킨 데 따른 합법적 징수라는 것이다. 관람료를 받지 않으면 문화재나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주장도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문화재 관람료 수입의 절반가량은 사찰 유지·보존에 쓰이고 30%는 문화재 보수와 매표소 관리에, 나머지는 종단 운영과 승려 양성에 사용된다.
정부는 사찰이 문화재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부분을 정부 지원금 형식으로 보전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언론 인터뷰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사찰에 더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곧 예산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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