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철수' 택한 安, 신당 창당 후 반문연대·통합 유력 (종합)

29일, 탈당 기자회견 "孫 발언 보며 당 재건 꿈 접어"

"저의 길 더 힘들고 외로울 것" 사실상 신당 창당

孫 "바람직한 자세 아냐" 일침, 당직자 온종일 '패닉'

"이번 선거 제3당 어려운 구도, 통합 대세 피하기 힘들 것"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네번째 철수, 네번째 창당’을 선택했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 유력시 된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중도보수통합 내지 반문(反文)연대를 택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전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탈당의 변으로 “어제(28일)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앞서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사퇴 요구를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최고경영자)를 해고 통보하는 듯했다“며 일축했다.

“총선 D-77, 예비후보 20명 불과…참담 현실”

안 전 대표는 “2년 전 저는 거대양당의 낡은 기득권 정치를 넘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으로 정치를 한 발짝 더 미래로 옮겨보자는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제 온몸을 다 바쳐 당을 살리고자 헌신했다”며 “그러나 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재건의 기반을 만들지 못한 채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혔다. 내부 통합도, 혁신도, 국민께 삶의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특히 “총선이 77일 남은 이 시점에서, 21대 총선에 나설 바른미래당 예비후보자가 20여명에 불과하다는 참담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정치인의 책임윤리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답하고 행동하는 것”이라며 “저는 제게 주어지고 제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감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 신당을 시사했다. 안 전 대표는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며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저는 진심을 다해 이 나라가 미래로 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우리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간절하게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탈당으로 안 전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 △2012년 18대 대선 불출마 선언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이어 네번째 철수를 하게 됐다. 안 전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는 신당 창당이 예상된다. 그동안의 정치역정을 돌아보면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네번째 창당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安, 질의응답 없이 자리 떠나

이날 회견은 기자들의 문답 없이 진행돼 안 전 대표의 입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남은 것은 신당창당밖에 없지 않느냐”며 “시일이 크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반응을 내놨다. 손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요구사항만을 얘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의 전격 탈당에 주요 당직자는 물론 당 사무처 직원은 온종일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관심은 창당 이후에 맞춰진다. 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에 “관심 없다”는 얘기를 수차례 밝혔지만, 여의도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모양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중도보수통합 혹은 반문연대 합류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도가 과거와 같지 않고, 호남 민심마저 잃은 상태에서 독자 신당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당장 안 전 대표 측은 합류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과거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영환 전 국민의당 사무총장,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등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김 전 총장은 “안 전 대표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현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이 명확히 갈리는 이번 선거에서는 제3당이 표를 얻기 어려운 구도”라면서 “통합이라는 큰 대세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반문연대든 중도보수통합이든 정치적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