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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北 보유 달러 급격히 감소…물가·환율 불안 촉발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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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대북제재發 외화자금 사정 악화에도 물가·환율 안정…가치저장용 외화로 버티기 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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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이후 북한 시장의 환율 및 쌀 가격.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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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2014년 기준 30억~66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가치저장용 외화가 바닥나고, 거래용 외화까지 감소하는 경우 북한 물가와 환율 불안이 시작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8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소속 문성민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병기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실장이 펴낸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북한의 외화는 총 30억1000만~66억3000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2017년 북한이탈주민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산출한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추정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자국통화를 미국 달러화가 대체하는 현상을 말하며, 북한에서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달러라이제이션이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자산대체지수(ASI), 즉 보유자산 중 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67에서 2014년 0.82로 나타났다. 자산의 82%를 외화로 자고 있다는 의미다.

또 통화대체지수(CSI), 즉 일상적인 거래에서 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43에서 2014년 0.55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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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가계의 자산 및 통화 대체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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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유입된 외화 일부는 가치저장수단으로 보관되며, 나머지는 시장거래에 필요한 결제수단으로 활용된다. 북한원화가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42억8000만달러, 거래용 외화는 10억~23억5000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 보유외화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억달러 내외 감소세를 보였으며,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부터 10억달러 이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쌀, 옥수수 등 곡물가격과 환율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엔케이에 따르면 북한원화/달러 환율은 2014년 8020원, 2015년 8384원, 2016년 8187원, 2017년 8069원, 2018년 8130원, 2019년 8월 8168원으로 안정적이다.

보고서는 이에 "북한의 외화규모가 감소하더라도 북한의 가치저장용 외화가 거래용 외화로 전용되면서 거래용 외화규모가 변하지 않는, 즉 제재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초기단계'에서는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유외화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가치저장용 외화라는 '총알'로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2014년 기준 가치저장용 외화가 최대 42억8000만달러로 추정되고, 2017년부터 보유외화가 10억달러 이상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저장용 외화가 바닥날 시점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화폐수량설에 기초한 모형분석결과 가치저장용 외화가 다 소진되고 거래용 외화도 줄어들면 북한 물가와 환율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변화는 두 단계에 걸쳐 나타나는데 거래용 외화 감소폭이 적은 '중간단계'에서는 소폭이지만 환율이 오르고, 물가는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거래용 외화 감소폭이 커지는 '최종단계'에서는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북한당국이 북한원화를 추가로 발행하거나 경제주체가 이를 기대하는 경우 물가와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최근까지 북한 물가와 환율이 안정돼있다는 것은 외화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아직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향후 북한 보유외화 축소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와 환율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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