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지선 참패·獨 출국 후 1년 4개월 만 친정 찾아
孫 "당과 손학규가 지향해온 정체성이 중도실용정당"
孫측 설마 사퇴 이야기하겠나 했지만 현실화
安 "비대위원장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을 찾아 손학규 대표와 만남을 갖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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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선택은 ‘손학규 퇴진’이었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해 본인이 위원장이 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유승민계가 했던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대표가 퇴진 불가 방침을 확정하면 ‘안철수 신당’ 출현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참패 후, 독일 출국 1년 4개월 만인 27일 친정인 바른미래당을 찾아 손 대표를 예방했다. 손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안 전 대표를 환하게 반겼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강조한 것이 실용중도정당”이라면서 “바른미래당과 손학규가 그간 지향해오고 실천해 온 정체성이 중도개혁의 실용정당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한국 정치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와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짧은 인사말만 내놨다. 이들은 6분간의 짧은 인사말을 남긴 뒤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에 들어갔다.
孫, 安 환대했지만 독대 후 180도 분위기 바뀌어
이날 회동 전까지만 해도 손 대표 측에서는 “첫 만남인데 설마 사퇴 이야기를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돌았다. 하지만 40여 분간 회동 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와 함께 어려움에 처한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활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바로 내일(28일) 의원단 모임이 있다. ‘그 전까지 고민해보시고, 답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고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머지는 손 대표에게 물으면 좋을 거 같다”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어 나온 손 대표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손 대표는 “그간 저와 당이 겪었던 어려움과 안 대표 측근을 자임하는 분들이 했었던 행위(손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얘기했다”고 우선 전했다.
이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물어봤다”며 “(안 전 대표가) ‘지도 체제 개편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비대위원장을 자기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안 전 대표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 전당원 투표도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답변에 대한 마지노선으로 28일 의원 오찬 회동을 찍었다. 손 대표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유승민계가 (손학규 사퇴를) 얘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꺼림칙함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 손 대표 측에서는 ‘손학규-안철수 공동체제’를 구상했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이날 ‘강공’을 던진 이상 손 대표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다. 앞서 유승민계의 퇴진 요구는 ‘한국당과 합당을 막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은 없다”고 밝힌 이상 손 대표가 버틸 명분도 사라졌다는 시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당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동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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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孫과 마냥 줄다리기 할 수도 없어
여기에 현재 당 최고위원회의는 안철수계뿐 아니라 호남계까지 보이콧하며 당무는 마비 중이다. 여타 정당들이 꾸린 총선기획단 조차 출범을 못 시키고 있는 등 리더십 자체가 붕괴된 상태다.
안 전 대표도 마냥 손 대표와 줄다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4.15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80여 일밖에 안된다. 신당 창당 후 공천·본 선거에 이르기까지 빠듯한 시간이다. 여기에 정치자금 문제도 남아 있다. 막대한 선거 비용을 안 전 대표가 오롯이 부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몸집 부풀리기 용으로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통합을 한다면 ‘어게인 국민의당’, ‘호남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도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손 대표 입장에서도 어쨌든 출구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도 총선에서의 일정지분을 손 대표에 넘겨주는 등 물밑협상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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