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남아 FDI 급증…中의 미국산 수입 확대로 유럽 타격 불가피
2019년 11월 19일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 컨테이너 터미널에 하역된 화물들이 쌓여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발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동남아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27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홈페이지에 게재된 투자 동향 감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동남아에 대한 FDI 유입액은 1천770억 달러(약 206조원·잠정치)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전세계 FDI가 1조3천940억 달러(1천620조원)로 1% 준 가운데 동남아에는 투자가 몰린 셈이다.
UNCTAD는 동남아시아의 연도별 FDI 유입액을 2015년 1천143억 달러(113조원), 2016년 1천167억 달러(136조원), 2017년 1천442억달러(168조원), 2018년 1천487억 달러(173조원) 등으로 집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영자지 닛케이아시안리뷰의 동남아 특파원 사이먼 러프닌은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가 운영하는 블로그 '더 인터프리터'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동남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12월 23일 독일 브레멘의 로이드 쇼핑몰 내를 걷는 현지 주민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
특히 그는 싱가포르의 작년 FDI 유입액이 1천100억 달러(128조원)로 전년보다 42% 급증한 배경에는 홍콩 시위사태로 인한 반사이익도 있지만, 동남아의 투자 허브라는 지정학적 이점이 적잖은 작용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이 작년 12월에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무역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물리고 있는 상당 부분의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 역시 동남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합의에서 1천6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1천2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하향조정하기로 했지만 2천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1단계 합의 발효에도 중국산 수입품 3천700억달러어치에 대한 25% 또는 7.5% 관세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한편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최대 피해자로는 유럽연합(EU)이 지목되고 있다.
월가의 금융 전문 블로그 '제로헤지'는 지난 20일 '미중 합의의 최대 패배자는 EU'란 글에서 "미중 합의는 사실상 글로벌 제로섬 게임과 비슷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이 1단계 합의대로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더 구매하려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유럽은 현재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또 중국이 수입하는 화학물질의 25%와 정밀기기의 19%, 운송장비의 50%, 기계 및 전기 장비의 11%가 각각 유럽산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작년 11월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면 EU와 한국, 일본 등이 대중 수출 감소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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