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불안요소 / 부동산 문제, 청와대·검찰 간 갈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이 설 민심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방심하면 안된다"는 목소리를 들은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을 향한 싸늘한 민심을 들었다고 했다고 뉴스1은 전했다.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 지지자들이야 패스트트랙 법안을 잘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국회가 잘 안 돌아갔으니까 다음 국회는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처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동시에 국회에서 '협치'가 사라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민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4·15 총선 불안요소로는 부동산 문제와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을 꼽았다.
노 의원은 "(논란이 일었던)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해서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명쾌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표심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은 통화에서 "실제 통과된 법의 내용보다 의원들의 태도를 많이 보더라. 일부 국민은 '선거법이나 검찰개혁법 다 너희 국회의원들 얘기 아니냐'며 일반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하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한국당을 찍어주고 싶어도 모든 사안에 대해 반대만 하고 있어 손이 안 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실수하지 않고 겸손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연수갑의 박찬대 의원도 "전 세계적인 경제 어려움 속에서 덩달아 어려워진 체감경제에 대해 염려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정신 바짝 차리고 방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경기 성남분당을)은 "여론조사 상으로 야당 심판론이 여당 심판론보다 높게 나올 때가 있지만 그런 결과에 안주하면 안된다.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는 민주당이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 보여달라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20대 국회가 갈등하는 모습만 크게 부각돼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여당이 '일방적 통행을 한다' '오만하다'는 지적을 크게 받아들인다. 반성하는 설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가 이번 총선의 관건"이라며 "특히 중산층이 밀집된 분당 지역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여당이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21대 국회에서 더 많은 의석을 노리는 정의당은 '양당 심판론'을 민심으로 전했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하는 이정미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을 보며 싸우는 국회의 모습이 아주 불안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양당 대결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민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2020.1.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제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주로 들었다고 했다.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경제를 살려달라'는 요청도 많았다고 전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서울 동작을)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체로 한국당이 더 잘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먹고 살게 해달라, 세금 얘기도 많았다"며 어려운 경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설 연휴 기간 지역구 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나 전 원내대표에게 '경제가 어려워 명절특수도 없다'는 취지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올해는 한숨 소리보다 물건값 흥정하는 소리가 커지는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시장현대화를 넘어 상인분들의 생업현장을 위한 정책으로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양석 의원(서울 강북갑)은 "지역에 와보니 문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민심이 반으로 갈라져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한국당이 잘해달라'는 부탁도 있었다"며 "이번 총선은 예전과 다르게 유권자가 더 뜨겁다. 중도층을 끌어올 여지가 없을 정도로 국론이 분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 등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책 실패나 검찰 인사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어떤 분들은 '아직도 집안싸움을 하느냐'라는 애정 어린 격려도 해줬다. '야당이 정말 잘해야 한다' '꼭 이겨야 한다'는 강한 격려나 지지를 이번만큼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 안산단원갑의 김명원 의원은 "정치적 이슈가 많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경제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는 설 대목이 어디 있나'라면서 난감해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단원갑은 반원공단과 시화공단 내 2만여개의 크고 작은 공장과 20여만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힘들다고 한다. 주문 물량이 없으니, 작은 기업은 인건비 줄이는 것으로 숨통을 트이고 있다"며 "사람을 줄여서 인건비 주는 것으로 경영을 유지하니 답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잘해서 후보도 잘 내고 해서 총선에서 승리해달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겨서 판을 엎어달라고 했다"며 "헌법가치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이 많지만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성의 김학용 의원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정권을 심판하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한다"며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촛불을 들었던 분들도 상당히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은 기간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얘기도 많았다. 인물이 문제가 아니라 보수대통합이라는 상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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