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명절 재구성
자영업자 김씨, 일손 모자른 명절…부모님·자녀와의 시간도 모자라
골드미스 이씨, 반려견과 명절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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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올해 네 번째 쥐띠 해를 맞는 김성호(48·가명)씨에게 설 명절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요즘 말로 웃픈 시기다.
몇 년전 회사를 다닐 때만해도 명절은 너무도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휴가 사용도 눈치가 보여 잘 쉬지 못했지만 명절엔 며칠씩이나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느 땐 가족과 여행을 가기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 상사와의 불화로 회사를 뛰쳐나와 PC방을 차린 후 그에게 명절은 조금 다른 시간이 됐다.
설 전후로 해서는 겨울방학인 탓에 가뜩이나 초등학생들이 아침부터 몰려와 정신없이 바쁜데 명절에는 친척집에 놀러 온 얘들까지 숫자가 더 늘어난다. 거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요즘 TV에서 재밌는 프로그램을 안해서인지, 아님 놀이문화가 바뀌어서인지 몰라도 20대 청년들까지 PC방으로 몰려온다. 당연히 장사가 잘돼서 좋긴 하지만 정신이 없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요즘엔 먹거리 없는 PC방은 `앙꼬 없는 찐빵`인지라 붐비는 시간엔 혼자서 가게를 볼 수도 없다. 적어도 두 명 이상은 가게에 있어야 하는데, 최저임금도 너무 높아져서 이마저도 부담. 이 때문에 김씨는 설 같은 명절엔 꼼짝없이 가게에 묶인 신세다.
바쁜 와중에도 명절 같은 날에는 요양병원에 모신 노모를 찾아뵈러 가고 싶은 맘이 불쑥불쑥 찾아들지만 문자로 전화로 “명절 지나고 조금 한가해지면 갈게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계세요”라는 말만 전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 약속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1월 안에는 꼭 엄마 얼굴을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게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어 저녁엔 집으로 들어간다. 가게 때문에 남들처럼 시끌벅적한 명절을 보내게 해주진 못하지만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들고 들어갈 요량이다. “어디보자...아들이 좋아하던 게 ㅇ링클 치킨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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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이미영(가명)씨의 설 풍경은 김씨와 사뭇 다르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은 이씨의 설은 뭐랄까. 조금은 더 평온하다. 이미 결혼을 재촉하는 가족의 잔소리는 그에겐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가뜩이나 짧은 연휴인데 집에서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그의 명절이 딱히 외롭진 않다.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반겨주는 반려견 `목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에는 목단이를 위해 설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반려견용 명절음식도 주문했다. 그동안 명절마다 엄마가 해준 전과 명절음식을 먹을 때 옆에서 느껴지는 목단이의 아련한 눈빛이 조금은 신경 쓰였기에 특별히 주문해 봤다.
그리고 그동안 일 때문에 바쁘다고 미뤄둔 산책도 많이 할 계획이다. 목단이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강아지용 한복을 한 번 입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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