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충청권에 불어닥친 '파란 돌풍'
'더불어민주당 14 vs 자유한국당 13'. 2016년 20대 총선 때 충청권 성적표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222 vs 134(기초자치단체장지방의원·)'로 벌어졌다. 충청권이 다소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19대 대선 이후 '파란 바람'이 적잖게 불었다는 의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대전·세종·충청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1%에 달하는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2배 가까운 차이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두고 21대 총선을 준비하는 한국당 예비후보들의 불안감도 여기서 기인한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충청권 표심은 가장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색이 옅고, 인물이나 공약을 보고 실리적으로 판단한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지선에서 충청권을 승부처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선 승리 후 첫 선거임에도 '충청 변수'를 고려한 것이다.
한국당도 충청 탈환을 위해 고심한다. 지난 지선 때 '수성'한 지역들을 지키고, 민주당에 빼앗긴 지역을 얼마나 되찾아 오느냐가 관건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대선 전 확보한 '현역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충청은 '보수 강세'…이제 옛말?"
충청권은 영남권처럼 '보수 텃밭'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 성향 지역으로 불리진 않는다. 박빙 승부처이면서도 보수색이 적잖은 지역인 셈이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충청권 총 27석 중 13석을 차지했다. 당시 격전지에서 새누리당은 근소한 차로 패한 경우가 많았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선 불과 1038표 차이, 당진에선 1180표 차이로 민주당에 의석을 내줬다. 또 충북 청주 서원구에도 1318표 차이로 패배하는 등 당시 격전지 8곳 중 4곳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19대 총선은 충청권 보수 강세가 입증된 총선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충청권 24개 의석 중 15석을 가져갔다.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9석에 그쳤다. 새누리당은 대전 동구 등 격전지 5곳 중 4석을 민주통합당에 내줬지만 그 외 지역에서 큰 표차를 내며 충청권 의석의 60% 이상을 거머쥐었다.
흐름이 바뀐 터닝 포인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곧바로 치러진 19대 대선이었다. 대선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충청권 표심은 2018년 지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같은 흐름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1년 전 21%p(2019년 1월~12월, 매월 한국갤럽 자체조사 결과 기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벌어졌던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 지지율 격차는 2020년 1월 3주차 현재 19%p로 유지되고 있다.
▷21대 총선에 다시 소환된 '노무현 파워'…충청권에서도 통할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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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충청권 최대 핫스팟은 동남4군이라 불리는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다. 동남4군은 충청권 내에서도 보수 색채가 유난히 짙은 지역으로 꼽힌다. 19대·20대 모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다.
이곳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3선을 노리는 박덕흠 한국당 의원과 격돌한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득표율 약 13%포인트차로 당시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19대 총선에서는 약 10%p차로 당선됐다.
하지만 최근 충청권 정당 지지도를 고려했을 때 곽 변호사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곽 변호사는 22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동남4군은)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라고 한다. 하지만 기꺼이 제 정치를 조상 넋이 깃든 충북에서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수성에 나서는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도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 의원은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서 '피닉제'라 불리는 이인제 새누리당 후보의 7선을 겨우 저지했다. 득표율은 1%p, 표 수로는 겨우 1038표 차다. 김 의원은 19대 총선에선 득표율 2.51%p 격차, 2375표 차로 패했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도 출마한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이 다소 앞서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조원C&I)가 1월18일, 19일 이틀간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예비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김 의원 지지도는 37.8%으로 이 전 의원 지지도인 19.1%를 크게 앞질렀다.
다만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는 3명의 또다른 한국당 예비후보가 있다. 박우석 후보, 이창원 후보의 지지도는 각각 10.9%, 5.7%다. 경선을 통해 이 전 의원이 본선에 나서면 이들의 지지도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형철 대전 동구 전략공천 받나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몸 담았던 주형철 전 경제보좌관의 경우 대전 동구 전략공천 가능성이 나온다.
주 전 보좌관은 대전 동구가 고향으로, 지난해 청와대에 영입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중 하나인 신남방정책을 이끈 경제전문가다. IT(정보통신기술)과 벤처 창업 등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대전 동구는 19 20대 총선 모두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전지였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과 강래구 민주당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었다.
20대 총선에선 이 의원이 7.14%p 차이로 당선됐고 19대 총선서는 1.63%p, 1711표 차이로 당선됐다.
▷300 관전평: "네 대통령이 누구니"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의 화두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의 보수 표심이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주요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구 세 곳에 출마하는 민주당 측 후보자는 모두 故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연관된 인물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높다. '조국 사태'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개혁에 대한 지지뿐 아니라 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나오는데 충청권 표심은 어느쪽이 더 많을 지 관심이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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