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처치 월드, 사제 성폭력·권력남용·열악한 근무환경 고발
기도하는 수녀들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교황청의 여성지가 전 세계적으로 수녀 지원자가 급감한 원인으로 교회 내에서 자행되는 사제의 성폭력과 권력 남용,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목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여성 월간지인 '위민 처치 월드'(Women Church World)가 23일(현지시간) 발간한 2월호에서 수녀들이 겪고 있는 극도의 피로와 트라우마,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위민 처치 월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단에서 쫓겨난 수녀들을 위해 로마에 특별한 거처를 마련하도록 승인했지만, 거리에 남겨진 수녀 가운데 일부는 생계를 위해 매춘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은 잡지에서 "수녀원을 떠나려 하거나, 교단에서 제적된 자매의 신분증명서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비난했다.
아비스 추기경은 "이들 가운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들 모두가 한때 수녀였던 이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비스 추기경은 이처럼 신뢰를 잃고, 상처받은 이들을 "더 이상 우리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면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모든 것이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수녀들에 대한 사제와 주교의 성폭력을 인정하면서 최근 수녀 간에 벌어진 성 문제를 아울러 지적했다.
이 여성지는 이전에도 수녀들에 대한 사제의 성적 학대와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수녀들은 정당한 계약 없이 추기경들을 위한 청소 등 허드렛일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비스 추기경은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남용 사례도 꼬집었다.
그는 "드물기는 하지만, 한번 (높은 직책에) 선출되면 절대 내려오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일부 수녀들을 꾸짖기도 했다.
기도하는 수녀들 |
AP통신은 나이 든 수녀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으나, 새로 수녀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의 숫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의 수녀 수는 전년의 65만9천445명에 비해 1만 885명이 감소했다.
또한, 10년 전만 해도 세계 각지 출신의 지원자 75만3천400명이 수녀회의 문을 두드렸는데, 불과 10년 사이에 10만 명의 예비 수녀들이 사라졌다고 AP는 전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유럽의 수녀원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교회 내 자산을 차지하기 위한 수녀들과 교구 주교들, 또는 교황청의 다툼도 이어졌다.
반면 중남미 지역은 수녀 수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지원자 수가 늘어났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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