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의례적 인사말’ 모호 규정
“국제대회 유치”엔 법원 “위법”
“지역 발전 온힘”은 무죄 판단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여러 공직자가 명절 인사를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설날 추석 등 명절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절에 하는 ‘의례적 인사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분명치 않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018년 2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들에게 “2년이 넘는 노력 끝에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도 성공시켰습니다. 이제 이를 계기로 전북 대도약의 시대를 만듭시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십시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송 지사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유죄로 보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세계잼버리를 유치했다는 내용은) 송 지사의 특정 활동을 상세히 기술한 것은 아니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송 지사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 판결은 송 지사 측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반면 법원은 두루뭉술한 정치적 약속을 담은 새해 인사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북도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A 씨는 설 연휴 하루 전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 대해 법원은 “1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명절 인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현행법상 선거운동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문자전송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수에게 보낼 경우에는 ‘선거운동정보’라고 명시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생각해 ‘선거운동정보’라고 표시하지 않고 선거운동 메시지를 보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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