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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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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잡기’ 여당은 귀 열고, 보수야당은 입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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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낮은 자세로 경청”…문석균 “선당후사” 불출마

한국당 “정부 경제정책 완패” 공격 모드로 보수세력 규합

경향신문

민주당 손잡은 ‘태호 엄마’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은 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온 이소현씨(왼쪽에서 두번째)가 23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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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에 영향을 줄 설 민심을 대하는 여야의 대응전략이 사뭇 엇갈리는 모습이다.

여당은 ‘겸손 모드’다. 여당 지도부는 경기침체 비판 여론 앞에 한껏 몸을 낮추며 성찰과 자성의 태도를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공격 모드’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등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부각하면서 야당 심판론을 희석하는 데 힘을 쏟았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원내 지도부는 수차례 낮은 자세와 경청을 강조하며 민심 달래기에 매진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는 설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고,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고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국회 운영과 정부 정책에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 밥상 민심이 정부와 여당의 경제책임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시도도 뚜렷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2%선을 지켜냈다”며 “올해 우리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당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지역구 세습으로 논란을 일으킨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은 이날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미련 없이 제 뜻을 접으려 한다”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방송에서 문 부위원장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향해 “용기 있게 정리하고, 당에 누를 덜 끼치는 쪽으로 결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설 밥상에까지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당내 기류를 반영한 대응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1일 “‘우리 스스로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닌가. 경청 능력이 부족해진 것 아닌가’ 반성해 보겠다”고 말했다.

설 민심을 향해 고개를 숙인 여권은 한편에선 야당을 향해 역공을 하기도 했다. ‘야당 심판론’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지적하며 “태극기 부대의 날선 정서와 구분하기 어려운 판박이”라고 공격했다.

경향신문

한국당이 선택한 ‘이미지 전략가’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두번째)로부터 꽃다발과 탁상거울을 선물받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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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설 민심 키워드는 ‘문재인 정부 실정 부각’에 맞춰졌다. 경제 악화, 검찰 장악을 공격하며 문재인 정부 비난에 총력전으로 나선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적대적 여론을 통해 보수세력을 뭉치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를 넘어 완패했다”면서 “작년 실질 국민총소득이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한마디로 국민이 가난해졌다는 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 혈세를 앞뒤 안 가리고 쏟아부어 2% 성장률을 억지로 만들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참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절반 이상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한국당은 앞서 총선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 재정건전성 강화, 노동시장 규제 완화, 공급을 확대하고 대출규제를 푸는 부동산 정책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정책과 반대 방향이다.

보수 통합도 야당에서 설 밥상에 올릴 이야깃거리 중 하나다. 보수 야권은 사분오열된 보수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여당에 맞설 수 있다고 본다. 혁신통합위원회가 통합신당 로드맵을 내놓고, 탈당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합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은 당초 설 연휴 전에 황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만나 악수하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 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설 연휴 전에 보수세력이 규합해 총선에서 ‘정권 심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형국·임지선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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