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무대 은퇴 선언 두 달 만에 여당 정강정책 연설…이해찬, 총선 출마 권유 메시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래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승계는 과거의 짐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의 첫 연설자로 나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설에 담긴 그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했다. 삶의 이력을 통해 축적된 교훈과 반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이 담긴 연설이었다.
'인간 임종석'은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한 인물이다. 100만 학도의 선봉에 서서 매캐한 최루가스와 호흡하며 20대 청춘을 보냈다. 격동의 시기인 198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자 제3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여장(女裝)도 마다하지 않는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간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정치에 뛰어든 그는 2000년 만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으로 여의도 무대에 데뷔했다. 주목받는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지만 모두 과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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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식적으로 여의도 정치 무대의 퇴장을 선언했다. 그런 인물이 민주당의 4·15 총선 홍보 활동 전면에 선 것을 보며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그는 재야와 여의도를 가르는 경계선에 다시 서 있다. 그가 기성세대의 책임의식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386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임 전 실장은 "정치에 나섰던 이른바 386세대들은 젊은 날의 기여보다 사실 충분한 보상을 받았고 명예를 얻었다"면서 "논쟁 끝에 얻은 소중한 깨달음은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단의 과거' 대신에 '평화의 미래'를 넘겨주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 지난해 11월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퇴장 선언'을 하던 그때의 메시지와 맥이 닿아 있다.
임 전 실장은 1980~1990년대의 그 시간처럼 다시 재야에서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몸집이 너무 커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도 주목할 대목이다. 임 전 실장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할론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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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실장은 "2018년 4월27일 저는 대통령님을 모시고 하루 종일 판문점에 있었다. 정상회담장에서 대통령님 옆에 배석해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과 태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만찬장에서는 함께 밥을 먹었고 술잔도 나누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적인 추억으로 머무를 수는 없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 사회 기여로 연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권에서 지난해 11월 임 전 실장의 여의도 정치 퇴장선언을 안타깝게 바라본 것도 이 때문이다. 1966년생인 임 전 실장은 이제 만 53세이다.
여당 국회의원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젊은 편이다. 은퇴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를 이끌었던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는 '부채'가 될 수도 있다. 자연인 임종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여당 지도부 쪽에서는 임 전 실장의 총선 출마를 다양한 루트로 권유하고 있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임 전 실장과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주요 지역구에 나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 열린 11번째 영입인사인 최기일 방위산업 전문가가 영입 인사 환영식에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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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임 전실장을 지목해 "제가 모시려고 그런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이 정치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정당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도 설명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시그널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여의도 정치를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밝힌 지 두 달 여 만에 말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 전 실장 입장에서는 정치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선택이다. 임 전 실장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말 그대로 '설(說)'에 불과하다. 선택은 결국 임 전 실장 본인의 몫이다. 그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여전히 '정치인 임종석'에 대한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사실 예전의 기억일 뿐이다. 그의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 승리는 16년 전인 2004년이다. 만약 총선 출마를 결정해 당선이 된다면 오랜만에 여의도 정치 무대에 복귀하는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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