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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한미 방위비 협상에 긍정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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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과 미국 간에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외교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20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해를 넘기며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협상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하는 쪽으로 의견차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우리가 낸 방위비 분담금이 약 1조38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1조1500억원가량을 ‘상한선’로 설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지난해 대비 증가율은 8.2% 정도다.

한·미는 지난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열었다. 한국측 정은보 대사는 회의를 마친 뒤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동맹으로서 기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미국측을 설득했고, 양측은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동맹으로서 기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이 지난해 중동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던 만큼 이날 결정은 ‘동맹으로서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 미국이 ‘정당한 평가’를 내려줘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 개별 관광 허용 등 남북관계에 관해 한국 문재인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앞서 여러 차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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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7일 방송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공동방위’ 동참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미 국무부, 국방부 등 다른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대체로 일치한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 사항에 적극 부응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도 애초 제시했던 50억달러(약 5조7950억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협상 타결을 받아들일 명분이 생긴 셈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본인이 직접 앞장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애초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라는 액수까지 콕 찍어 ‘청구서’를 보내도록 한 장본인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에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하지 못한다면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SMA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이나 역외훈련 비용 등을 분담금에 포함하느냐 하는 문제도 막판 쟁점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한국은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이나 역외훈련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공동으로 언론에 기고문까지 실어가며 “한국이 한·미 동맹과 미군의 안보 활동에 대한 기여를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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