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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신도시 아파트 ‘주차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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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차 보유 대수 느는데, 주차장 설치기준은 24년째 그대로

경향신문

19일 전주 신도시인 에코시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입주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빼기 위해 가로주차차량을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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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10시 전북 전주의 신도시인 에코시티 ㄱ아파트 주차장. 승용차 한 대가 지하주차장을 몇 차례 돌면서 배회하더니 멈춰섰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 운전자는 결국 가로주차를 하기 위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운전석에서 내린 박 모씨는 “입주한 지 2년쯤 됐는데 조금만 늦게 귀가하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기 일쑤”라며 “신도시인 데다 분양가도 비싼데 왜 매일 주차전쟁을 치르게 만들어 놨는지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모 주부는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여성들은 막아 놓은 가로 주차 차량을 밀어내느라 애를 먹는다”면서 “차량 소유 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면수로 빚어지는 일인데 간혹 이웃 간 큰소리가 날 때도 있다”고 했다.

소형 아파트 최소 0.7대 허가

1주차만 허용, 넘으면 벌금도


이 아파트는 1가구당 1주차만 허용된다. 2차량은 월 5000원을 별도로 내야 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다. 3차량 이상은 아예 주차장 진입을 차단시켰다. 가족 구성원이 많아 차량을 많이 소유한 세대는 불만이 적지 않다.

입주민 소모씨는 “우리 가족은 아내와 딸이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데 한 대는 별도 요금을 내고 주차 중이며, 한 대는 아예 아파트 단지 외곽을 전전하며 차를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주차공간 못 찾아 단지 ‘빙빙’

가로주차로 이웃 간 다툼까지


이 같은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자동차 등록대수는 폭증하고 있는 반면 정부의 주차장 설치기준은 24년 동안 변동 없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1년 425만대에서 지난해 6월 말 2344만대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주차장 설치기준은 1996년 세대당 주차대수 1대 이상, 전용면적 60㎡ 이하 0.7대 이상이 되도록 개정된 이래 한번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공동주택 허가과정에서 주차면수를 최대한 확보토록 유도하고 있으나 법에서 규정한 설치기준을 크게 벗어나기는 역부족이다.

관련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속칭 ‘아파트 주차난 해소법(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공동발의했으나 언제 소관 상임위 심의에 들어갈지 미지수다. 이 법은 아파트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차 등록 현황과 주차장 수급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파트 주자장 설치기준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동차는 매년 3%씩 증가하고 있는데 24년 전 주차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구당 많게는 2~3대씩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아파트 허가과정에서 최대한 주차면적을 확보토록 유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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