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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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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까지 등장하자 날카로워진 호남정당…춘추호남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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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을 둘러싼 범여(汎與)의 관계를 설명할 때는 영단어 ‘프레너미(Frenemy)’가 적절할 것 같다. ‘친구(friend)’와 ‘적(敵·enemy)’을 결합한 신조어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라는 뜻이다. 범여는 연말연초에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 법안 등 입법전쟁에서 공동 연합체로 공조했지만, 4·15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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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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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전날(19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호남이 선택한 대안정당”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21대 총선 5대 핵심전략’을 채택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호남에서 전국 최대 정당 지지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지역 중 호남을 콕 집어 ‘참전’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6일 예방 온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와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심상정=“지난 6일 저희가 광주에 갔을 때 ‘지지율로는 호남 2당을 만들어주셨는데, 이제는 의석수에서 확고한 대안정당의 위상을 만들어달라’고 말씀드렸다. 정의당이 호남에서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최경환=“지금까지 호남 1당은 대안신당이다. 선거 때는 경쟁을 해야 한다. 저도 지역(광주 북을)에서 정의당을 자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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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신당 최경환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 당직자들이 20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청년드림은행을 방문 청년들의 신용과 부채에 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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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신당의 한 관계자는 정의당의 ‘호남 전략’이 전해진 뒤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의당에서 뛰시는 분들이 여러 군데에 꽤 있지만 그 정도(호남의 대안정당)는 아닌 것 같고, 본인들의 희망사항을 얘기하는 것 같다”며 “우리의 고민은 (정의당이 아니라) 제3지대 통합으로 민주당과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 대표도 20일 기자들과 문답에서 “민주당이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남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 경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의미”라고 응수했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도 불편한 기색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호남에서 원하는 건 또다시 ‘사이비 보수’에 정권을 내줘선 안 된다는 것과 호남에서 좋은 정치 지도자를 키워내길 바란다는 것”이라며 “정의당이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을 향해서도 “안철수의 ‘새정치’를 따라간 분들인데, 그들이 과연 새정치에 어울리는 분들인지는 호남 주민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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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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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이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표를 몰아주는 호남 민심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수 28석 중 23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서울 노원병(안철수)과 서울 관악갑(김성식)에서 2석을 추가로 확보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서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이어 2위를 거두며 13석을 더해 ‘캐스팅보트(casting vote·가부동수 시 결정권)’를 쥔 원내 3번째 교섭단체로 자립했다.

과거 바람의 주인공인 안 전 대표가 전날 귀국해 정치권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첫 일정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 등을 소화하자 대안신당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안철수의 내용도 없고 방향도 없는 ‘새정치’ 깃발은 대선을 지나며 그저 혼란과 무능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호남이 품고 있는 회한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몽상가적 정치관을 함부로 가르치려 하지도, 호남 민심을 왜곡하지도 말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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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열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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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호남 의석수는 대안신당(7석)→민주당(6석)→바른미래당(5석)→평화당(4석) 순이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호남 중심의 제3지대 통합론이 제기된 이유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소 진보정당이 통합해서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1:1로 경쟁하고 비호남권 지역에서는 연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바뀐 선거법 속에서 비례의석 극대화를 노리는 정의당은 “지역구 후보가 완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당 득표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핵심당직자)며 다른 정당과 연합공천 가능성을 닫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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