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
[the300]다가오는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의식한 야권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의 '양당 협의체' 제안에 자유한국당이 답을 내놓지 않다가 20일 수용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보수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귀국과 동시에 "중도 정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선긋고 독자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중도정당 창당 선언'…독자 행동 나선 안철수
20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하며 귀국 다음날 첫 공식일정을 소화한 안 전 위원장은 중도정당 창당을 거듭 강조했다. 신당 창당에 어려움이 있지만 보수통합 논의에 뛰어드는 등 정치 스탠스 '전향' 대신 중도층을 잡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날 광주를 방문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반된 호남 민심을 어루만지는 행보도 보였다.
안 전 위원장은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3지대 통합과 관련해서는 "노선과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선과 맞다면 많은 분들의 힘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가는 속도보다 방향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제부터 선거에서 이합집산에 관한 질문이 많은데 방향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날 안 전 위원장은 5·18 묘지를 찾아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영원한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서운하셨을 것"고 말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
안 전 위원장은 전날 귀국 직후 공항 기자회견에서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에 복귀해 당을 리모델링하거나 당권을 두고 논의하는 손 대표와의 담판에서 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위원장이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함께 한국 정치의 새길을 만드는 데 힘껏 돕겠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나라를 위한 논의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위원장 측에서 '손학규 퇴진'을 요구한다면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안 전 위원장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 논의에는 계속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위원장은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 중인 박형준 혁통위원장이 '언젠가 안 전 위원장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선거 자체에 대한 그런 깊은 고민은 제 머릿속엔 아직은 없다'며 "제가 절박하게 지켜본 대한민국이 나가야할 방향을 먼저 말씀드리고 국민 여러분의 뜻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자문단 힘을 Dream팀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새보수당 "양자대화 하자" 최후 통첩에 화답한 한국당
한국당은 보수통합 논의 시한을 정하며 최후 통첩을 보낸 새보수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에서도 양당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협의체 구성 시기나 협의체 회의 공개 여부 등 양당 간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혁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이날 입장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대표는 통합으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장애물을 서로 같이 걷어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새보수당이 제시한 양당 간 협의체에 대해서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합당을 위해 당원, 재산문제 등 실무 논의가 필요하다"며 "양당 간 협의체에 대해서는 박형준 혁통위원장도 흔쾌히 이해했다. 기본적인 통합논의는 혁통위라는 플랫폼에서하고 정당 간 실무적 협의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에 위임받은 위원들과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던 한국당은 새보수당의 '배수진'에 일단 화답했다. 한국당은 중도를 대표하는 안 전 위원장과 합칠 경우 중도보수층 지지를 얻기 위한 보수통합이 손쉬워질 거라는 판단이지만 안 전 위원장이 독자노선을 명확히 시사하면서 통합 논의에 힘이 빠진 모양새다.
박 사무총장은 만약 안 전 위원장 측, 우리공화당과도 통합 논의가 진행된다면 이 역시 1대1 창구를 열어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당연히 안철수 (전) 대표 측에서도 참여한다고 하면 저희는 혁통위에서 전체 보수통합 논의도 할 수 있고 개별창구를 열어서 논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당대표단-청년연석회의에서 청년대표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새보수당은 통합 대상이 한국당 뿐이고 안철수계와는 안 전 대표가 노선을 확정하면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 논의가 새보수당 중심이 아닌 다자화돼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앞서 새보수당은 오늘(20일)까지 당대당 통합협의체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자강'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오늘도 양당통합협의체 구성을 거부하면 새보수당은 자강의 길을 가겠다"며 "내일부터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하 책임대표는 또 "공개석상에서 황 대표가 (당대당통합협의체 구성에 대한 구상을) 직접 얘기해야 한다"며 "직접 얘기하지 않는 건 얘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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