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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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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결정 장애' 보수야권, 험난한 통합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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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주도권과 통합 범위 등을 놓고 파열음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혁통위 첫 회의.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현재는 이견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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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혁신' 갈림길서 주도권 다툼 번지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사람 셋만 모여도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 고민에 빠지곤 한다. 흔히 '결정 장애'라고 말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이 음식을 먹고 싶은데 확실히 말을 못 하는 상황'이거나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장단점을 비교하다 시간을 보낸 경우'일 때가 많다.

그러면 '이것도 음, 저것도 음'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나머지 일행은 허기와 함께 몰려오는 '답답함'을 느낀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 난감하다. 필자는 보통 "그래서 먹고 싶은 게 뭐야?"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곤 한다.

요즘 보수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분열된 보수로는 총선을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내로라하는 보수 인사들이 모여 시민단체를 출범시키기까지 했다. '보수통합의 큰 축'이라고 불리는 자유한국당도 합세했다. 이들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바른미래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한 '중도 보수세력' 새로운보수당도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따져봐야할 것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최근 포착되고 있는 파열음을 보고 있자면 '과연 통합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보수 3원칙'.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새로운보수당의 주장이 간접적으로 수용됐음에도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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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의 '큰 축'으로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중도 보수' 새로운보수당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면서 논의는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한국당 최고위 회의.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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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당이 제안한 양당통합 협의체에 한국당은 응하지 않았다. 혁통위 회의에선 논의의 주도권을 놓고 새보수당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통합 범위도 난제다. 오신환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보수당 대표단회의에서"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한국당과 황 대표는 새보수당과 통합할 것인지, 우리공화당과 통합할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탄핵의 강을 건널 생각이 있다면, 개혁보수로 나아갈 생각이 있다면 해답은 명료하다"면서 "변화와 혁신은 양손에 떡 하나씩 쥐고 눈치 보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모두가 한국당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혁통위원으로 배석하고 있는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이날 혁통위 회의에서 "통합 관련 기본 논의는 혁통위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정당간 디테일한 논의가 있다면 지금처럼 당분간 좀 물밑에서 접촉하면서 간극을 좁히는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단순히 표 결집을 위한 '총선용' 보수통합인지, 스스로를 인정하고 변화를 꾀하는 '혁신' 보수통합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혁통위 회의에서 "하태경 대표의 양당 협의체 제안을 둘러싸고 혁통위가 삐그덕대며 주도권 싸움한다, 친이 친박이라는 등 왜곡보도가 나온다"며 "제가 볼 때는 국민 입장과 눈높이에서 보는게 적당하다"며 양당협의체 구성을 비판했다. 논의는 이미 주도권 다툼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보다 보수 통합은 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것도 음, 저것도 음' 하는 보수 야권을 보는 국민들은 슬슬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듣고 싶을 수 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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