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진체 맥 이어 제자만 1만여명
‘한·중·일’ 국제서예가협회 창립
서예계를 대표하는 예술인이었던 학정 이돈흥 선생이 지난 18일 오전 1시45분 별세했다. 향년 74.
전남 담양 출생의 학정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꼽혔다. 만 20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송곡 안규동 선생을 찾아가 서예에 입문한 고인은 동국진체의 맥을 이은 서예가다. 동국진체는 조선 후기 양명학자 이광사(1705~77) 선생이 전남 완도로 유배와 살면서 완성한 글씨체로, 호남과 불가 선승을 통해 맥을 이어왔다.
고인 생전 한국미술협회 고문, 광주 미술협회 회장, 국제서예가협회 회장,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 부이사장 등을 지냈고, 학정연우서회와 학정서예연구원 등을 설립해 작품활동과 후학양성을 이어왔다. 학정 선생한테 배운 제자들은 1만여 명에 이른다.
학정 선생은 동국진체와 중국 고금의 서체를 조화시킨 글씨체를 완성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학정 선생의 서예 철학은 ‘수(守)·파(破)·이(離)’로 집약된다. “배우고 익힌 뒤, 격을 깨뜨리고, 완전한 자유를 얻으면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의 글씨체는 “기맥이 이어져 물이 흐르듯 하면서 통렬”한 서체라는 평을 얻었다. 특히 고인은 20여 년 전 한·중·일 서예인들이 창립한 국제서예가협회 공동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중서법교류전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교류에 크게 이바지했다.
학정 선생의 작품은 국립5·18민주묘지 들머리 ‘민주의 문’의 현판으로 남아 있다. 또 5·18민주광장 ‘민주의 종각’에도 글을 썼으며, 화엄사·송광사·대흥사·불국사·범어사 등 전국 사찰에도 작품이 걸려 있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선후보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이라고 적은 친필 휘호를 써 선물하기도 했다.
학정 선생의 제자 일속 오명섭 서예가는 “글씨 뿐 아니라 인문학 소양이 깊었던 서예계의 큰 스승이었고, 민주화운동 관련 행사에도 아낌없이 작품을 기부하실 정도로 따뜻한 분이셨는데 이렇게 떠나시니 황망하다”며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순자씨, 자녀 연식·영씨, 며느리 송정화씨, 손주 송화씨 등이 있다. 빈소는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담양군 대전면 선영이다. (062)220-3352.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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