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정치인 안철수 성적표 중간 결산해보니
여론조사 2011년 50%에서 2020년 4%까지 하락
여론조사 비호감 수치 수도권-부울경이 더 높아
윤여준 “마라톤이 딱 맞으면 혼자 하는 일 해야”
금태섭 “옆 사람 불편을 전혀 눈치 못 채는 사람”
황교안 하태경 끝없는 구애…손학규와 담판 예고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왔습니다. 석 달도 남지 않은 21대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격성’은 안철수 전 의원의 주특기입니다. 정계 데뷔 자체가 그랬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 등판한 것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는 지지도 40~50%를 기록하며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5% 지지도에 머물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전격적으로’ 양보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환호했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전격적으로’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직전에 문재인 후보에게 또다시 후보직을 ‘전격적으로’ 양보하고 물러섰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새정치연합 창당에 나섰지만,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과 ‘전격적으로’ 통합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2015년 12월 문재인 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것도,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도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전격’의 효과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3위로 낙선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습니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박원순 김문수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안철수 전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벌써 10년째입니다. 그가 가졌던 ‘새 정치’ 이미지는 다 사라졌고 이제는 ‘구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더 짙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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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의 쇠락은 여론조사 지지도와 실제 선거 득표율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50% 지지도를 기록했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12년 한국갤럽 10월 넷째 주 정례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대선후보 다자 구도 지지도
박근혜 37%, 안철수 25%, 문재인 21%, 의견 없음 18%
대선후보 양자 구도 1.
박근혜 44%, 안철수 46%, 의견 없음 10%
대선후보 양자 구도 2.
박근혜 47%, 문재인 44%, 의견 없음 10%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앞서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뒤 2013년 노원병 재보선 국회의원 당선,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및 민주당과 통합, 2016년 2월 국민의당 창당 등 현란한 정치 행보를 보이는 동안 여론조사 지지도는 그런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26.7%로 더불어민주당 25.5%를 앞섰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안철수 대표 개인의 인기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특히 호남에서 지지가 높았습니다. 정당 득표율이 광주 53.3%, 전남 47.7%, 전북 42.8%였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의 인기는 그 뒤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21.41%를 득표해 문재인 41.08%는 물론이고 홍준표 24.03%에도 밀려서 3위에 머물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호남 득표율이었습니다. 광주는 문재인 61.1%, 안철수 30.1%, 전남은 문재인 59.9%, 안철수 30.7%, 전북은 문재인 64.8%, 안철수 23.8%였습니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호남 유권자들이 1년 만에 안철수를 버리고 문재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 흐름에서 보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서울시장 낙선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박원순 52.8%, 김문수 23.3%, 안철수 19.6%였습니다. 지지도와 득표율이 처음으로 20% 아래로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성적표는 더 참담한 수준입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에 유력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호감이 간다’와 ‘호감이 가지 않는다’를 선택하도록 하는 호감도 조사를 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안철수 전 의원은 ‘호감이 간다’에서 17%로 꼴찌를, ‘호감이 가지 않는다’에서 69%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누리집 참고) 2017년 대통령 선거 경쟁에서 이겼던 유승민·심상정 의원보다 더 나쁜 성적표입니다.
권역별로 보면 안철수 전 의원은 비호감도가 서울 70%, 인천·경기 71%, 부산·울산·경남 74%로 높은 편입니다. 광주·전라는 69%로 평균치와 같았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부·울·경에서 특히 비호감도가 높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한국갤럽이 올해 들어 시작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안철수 전 의원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 24~2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9%에 비해 크게 밀리는 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무 낮아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그나마 이재명 3~4%, 박원순 2%, 홍준표 1~2%, 유승민 1~2%, 윤석열 1%, 유시민 1%보다 높다는 것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여론조사 지지도나 선거 득표율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에 대한 평판입니다. 최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한마디가 아마도 안철수 전 의원의 뼈를 때렸을 것입니다. 1월 16일 <케이비에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진행자와 윤여준 전 장관의 대화입니다.
▷ 김경래 : 보수 통합의 변수 중 하나로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변수가 될 거라고 보세요?
▶ 윤여준 : 그거는 아직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안철수 전 대표가 귀국을 한다고 정치에 돌아온다고 하고 나서 한 말이 있더라고요, 언론 보도를 보니까.
▷ 김경래 : 페이스북에 쓰고 막 그랬던데.
▶ 윤여준 : 그런데 아주 보편타당한 이야기예요. 이게 다 옳은 이야기죠. 그런데 그것만 봐서는 뭐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돌아와서 자기가 이런 이런 걸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니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를 판단하실 수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너무나 옳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그리고 또 누구나 하는 이야기고.
▷ 김경래 : 과거의 ‘안철수 현상‘ 이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꽤 큰 어떤 바람이 불 수 있을까요? 안철수 전 대표.
▶ 윤여준 : 지금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여론조사한 걸 보면 중도층이 상당히 많아요. 줄었다 다시 최근에 늘어난 추세를 보이는 것 같던데 중도층은 아직 자유한국당이 못 잡고 있어요. 그러니까 만약에 안철수 의원이 돌아와서 중도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호소력 있는 그런 아젠다도 제시하고 정책도 제시하고 해서 중도층을 흡인한다 그러면 상당히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건 이론적으로 가능성만 이야기하자면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 김경래 : 뭐 4차 산업혁명 견문도 많이 넓히고 마라톤 하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이랬다는 거 아닙니까?
▶ 윤여준 : 그때 언론 보도를 보니까 마라톤 해봤더니 자기한테 딱 맞는 운동이라고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그랬어요. 그러면 혼자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마라톤은 혼자 뛰는 거잖아요. 민주주의는, 민주 정치는 협업이에요. 같이 하는 거거든요.
▷ 김경래 : 마라톤 뛰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군요, 지금 정치를 할 사람들은.
▶ 윤여준 : 아니, 그냥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농담이라고 했지만 저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정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뭔가를 하는 직업입니다. 협업과 배려가 기본입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책에서 안철수 전 의원에 대해 이렇게 쓴 대목이 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안 후보의 차를 타고 대학 캠퍼스로 갔을 때였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학교 뒤 언덕을 걸으면서 얘기를 했다. 그 언덕에는 시멘트로 포장한 산책로가 있었는데 너비가 좁아서 오고 가는 두 사람 정도가 지나칠 수 있는 정도였고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피해야 할 때도 있었다. 길 바깥도 울퉁불퉁할 뿐이지 진흙이 굳은 평지여서 걸을 수는 있었다. 그런데 안 후보는 길 오른쪽 가장자리 쪽으로 바짝 붙어서 걸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한쪽으로 붙었던 것 같다. 안 후보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나는 산책로 바깥에서 울퉁불퉁한 진흙 위를 걸어야 했다. 못 걸을 길은 아니었지만 좀 불편했고 흙먼지 때문에 신발도 지저분해질 수 있었다. 두 시간을 그렇게 걸었다.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오랜 기간은 아니라도 함께 대선을 치렀기 때문에 안 후보의 성품을 어느 정도는 안다. 자신이 편하자고 일행에게 불편함을 강요하거나 혹은 다른 이유에서라도 누구를 괴롭히는 유형은 전혀 아니다. 내가 진흙 길로 걷는다고 해서 안 후보가 더 편한 것도 아니었다. 만일 알았다면 나보고 시멘트 길로 걸으라고 권유했을지도 모른다. 안 후보는 단지 내가 불편한 길로 걷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란히 함께 걷는데 옆 사람이 어떤 길을 걷는지 눈치를 못 채는 것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의 불편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입니다. 비슷한 평가는 더 있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 대표 시절 그를 수행했던 사람이 저에게 들려준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지방에 머물던 주요 인사를 만나러 수행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갔다. 식사할 시간이 없었다. 안철수 대표만 간단히 요기했다. 수행원들은 쫄쫄 굶었다. 일이 다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안철수 대표가 밥 먹고 가자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수행원들이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주변 사람들에게 밥 먹었냐고 묻는 말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도 다 그랬습니다.
제가 한나라당 출입 기자 시절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바로 “식사 했능교”입니다.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민주당의 나이 많은 의원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도 바로 “밥은 묵었는가”라는 인사였습니다. 전라도 사투리입니다.
처음에는 정치인들이 왜 그렇게 밥 먹었냐고 자주 묻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 바로 정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정치였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이나 금태섭 의원, 그리고 제가 말한 어느 수행원의 공통점은 안철수 전 의원과 함께 일했던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들의 평가가 안철수 전 의원의 전부라면 안철수 의원은 정치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평가도 있습니다. 2012년 제정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을 인터뷰한 내용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으로 낸 일이 있습니다. 제정임 교수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선입견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없는 설움’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부부가 월급 30~40만원가량의 국립대 조교와 전공의로 일하며 빠듯하게 생활하느라 양가 부모님 눈치를 보며 아이를 맡겨 키워야 했고, 결혼 후에 긴 전세살이를 하며 ‘집 없는 설움’도 겪었다. 회사를 차린 후에는 몇 년간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어음깡’(물품 대금 등으로 받은 어음을 은행 등에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팔이 급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가리키는 속어)을 하러 다녀야 했다. 그는 월급날이 다가올 때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담당자의 눈치 때문에 은행 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력서에 드러난 화려함과 달리 그는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의 설움’에 대해 공감의 폭이 넓어 보였다. 그가 복지와 정의를 앞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그린 것은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우리 사회의 양지만 밟고 살았을 것처럼 보이는 그가 경제 민주화, 권력기관 개혁 등 다양한 쟁점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회 밑바닥의 아우성을 체험으로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정치인 안철수의 진짜 인품과 캐릭터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금태섭 의원의 평가가 맞을까요, 제정임 교수의 평가가 맞을까요?
안철수 전 의원은 귀국 직전 두 차례 자신의 정계 복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그의 정치적 행보를 가늠하려면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1월 2일 페이스북 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간 해외에서 그동안의 제 삶과 6년간의 정치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계는 미래를 향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바라본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 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합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고마운 말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습니다. 외로운 길 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안철수 올림
둘째, <조선일보> 1월 6일 치에 실린 서면 인터뷰입니다. 이런 내용이 눈에 띕니다.
―야권 통합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야권은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다. 지금 진영 간 우열은 확실하게 좌파로 넘어갔다. 진영 대결을 할수록 현 집권 세력이 유리하다. 왜 그런 불리한 대결 구도에 스스로 빠져들려 하는가. 좌파가 세니까 '모이자' 해서는 못 이긴다. 야권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접촉해 오지 않았나.
"직간접으로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내 고민의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
―유 의원은 2년 전 바른미래당 창당에 대해 "결혼을 잘못해서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오류가 있었다면 비판받고 고쳐나가겠다."
―총선에 출마하나.
"내가 무엇이 되는가에 관심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나 대선 주자가 되려고 돌아오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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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이 표현한 대로 너무 옳은 얘기만 열거해 놓아서 현실성과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귀국 다음 날 국립현충원과 5·18 민주묘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 국내 정세를 파악할 것입니다. 그런 뒤에 이번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 결정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의 앞길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보수 통합에 합류하는 것입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보수 통합에 참여할 것인지 묻는 말에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다”라고 하거나 “정치 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수 통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반대 해석을 하면 “정치 공학적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되는 통합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지금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 보수당의 하태경 대표 등이 집요하게 안철수 전 의원 합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안철수 전 의원으로서는 ‘반문재인 연대’를 명분으로 보수 통합에 합류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보수 쪽에 합류해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2022년 대선 후보 경쟁에서 황교안 대표나 유승민 의원 정도는 꺾을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도에 남아서 제3세력으로 부활을 도모하는 방안입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그랬듯이 안철수 전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20석 이상 교섭단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기호 3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부터는 계산이 좀 복잡합니다.
바른미래당 의석은 20석입니다. 안철수 전 의원과 가까운 비례대표 의원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고 안철수 전 의원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호남에서 인기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안철수 전 의원이 아니라 손학규 대표 및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의 유성엽 박지원 천정배 의원,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의원 등이 모두 손잡고 호남을 기반으로 제3정당을 만들어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실제로 어떻게 이합집산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담판, 그리고 여러 정치인이 참여하는 복잡한 협상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입니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판단과 행동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과 가까운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누구와 손잡고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때까지 당분간 좀 기다릴 생각이다. 안철수 대표가 오면 판이 흔들릴 것이다. 판이 크게 흔들리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협상을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독자 노선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또 쉽지 않은 길이다.”
정치 경력 10년 차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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