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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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채용을 부탁하는 대가로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뇌물수수)이 이석채 전 KT 회장(뇌물공여)과 함께 17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 유력 인사들의 부정 채용을 직접 지시한 혐의로 다른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이 전 회장도 이날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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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직·정규직 모두 특혜 채용 맞다"
이날 1심 판결에 대해선 재판부가 "김 의원의 딸이 KT에 특혜 채용된 사실은 맞다"고 판단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이듬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됐는데, 두번의 채용 과정에 모두 김 의원이 특헤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은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다른 지원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여러 혜택을 제공받아 채용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딸도 자신이 공채 절차에서 특혜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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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딸 특혜 채용, 이석채가 지시한 정황 없어"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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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무죄일까.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직접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파견계약직 채용과 관련해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사용은 CEO(최고경영자)까지 보고 및 결재가 이뤄지는 정규직 채용과 달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부서 담당의 전결 사안인 것으로 보인다”며 “서 전 사장도 김 의원 딸의 계약직 채용과 관련해 '이 전 회장에게 보고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하는 만큼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이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는데 관여하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규직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입사지원서도 제출하지 않았던 김 의원의 딸을 이미 진행 중인 공채 절차에 포함시킨 것은 서 전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이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회사 관계자들이) 일치해 진술하고 있다”며 “실제로 2인자로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던 서 전 사장의 독자적인 지시로도 김 의원의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시키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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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준 게 인정되지 않으니, 받은 것도 인정 안 돼"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핵심 증거인 여의도 일식집 만찬 영수증을 취재진에 보여주고 있다. 영수증에는 2011년에 만찬이 있었다는 서유열 전 KT 사장의 주장과 달리 2009년 5월 14일에 결재된 것으로 나와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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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서 전 사장의 진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 서 전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깨진 것이 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서 전 사장은 "2011년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이 여의도 일식집에서 만난 뒤,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 측이 제시한 영수증에 나온 대로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에 회동이 있었다고 봤다.
2009년은 김 의원 딸이 취업준비생이 아닐 때다. 이 전 회장도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가 없을 때였다. 재판부는 “뇌물죄에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며 서 전 사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구속' 이석채 보석…항소심 달라지나
서 전 사장의 증언에 따라 KT의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이 전 회장은 이날 보석이 허가돼 풀려났다. 2심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서 전 사장의 증언 신빙성이 김 의원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은 점이 이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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