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공백 길어지자 ‘새 협상안’ 검토
타결될 경우 1조3000억원 분담 전망
“중폭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 우려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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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액을 놓고 여섯차례에 걸친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우리 정부가 기존 안(案)보다 인상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거론됐던 한 자릿수의 ‘소폭’ 인상안에서 최대 30%까지로 상향한 ‘중폭’ 인상안이다.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분담액(1조389억원)에서 30% 가량 증가한 1조3000여억원을 분담하는 내용의 새로운 제시안을 검토 중이다.
협상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외교부 내에서 최근 20~30% 수준의 ‘중폭’ 인상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미국 측에 협상안을 새로 제시한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 내부에서 협상 기간이 길어지며 새로운 타협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논의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 역시 “최근 이어졌던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새로운 협상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어느 정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대표단이 협상 여지를 넓힌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4~8% 수준의 ‘소폭’ 인상안을 미국 측에 제시해왔다. 이성호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부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우리 정부가 지난해 대비 4~8% 수준의 소폭 인상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맞느냐’는 질의에 "구체적으로 확인드리긴 어렵지만, 소폭 인상을 제안한 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협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새로운 협상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공백 기간 동안은 주한미군이 예산을 전용해 정상 운영을 이어가지만, 협정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또 다른 ‘안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미국 측이 요구했던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과 ‘역외 훈련비용’ 등의 방위비 분담 항목 추가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사실상 기존 SMA 틀을 유지하자는 우리 측 입장을 관철하면서도 미국 측이 요구하는 ‘방위비 인상’에는 어느정도 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을 강조해왔던 만큼, 중폭 인상안에 대한 반발 우려도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인상안이 급격할 경우, 국민들이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고위급 인사의 우려도 있었다”며 “예산이 추가 투입되는 문제인 만큼, 협상 이후의 상황도 함께 고려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한미 간 주요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대표단이 ‘안보 기여’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물음에 “어떠한 제목하에서도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의제가 협상 대표단 간에 논의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협정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7차 협상을 미국 측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상 때마다 서울과 미국을 오간 양국 대표단은 오는 7차 협상을 서울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는 16일 제 6차 협상 종료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차기 회의 일정은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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