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치려는 한국당…'통합 n분의 1' 거부하는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 3원칙 재거론…"양당 별도 협의체 만들자"
황교안 대표가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과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우리공화당까지 총망라한 단계적 통합과 '보수 빅텐트'를 주장하는 데 대해 새보수당 측의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을 통합의 대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황 대표의 빅텐트론은 원칙 없는 '묻지마 통합'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새보수당의 주장이다.
당장 이날 오전 새보수당의 당대표단·주요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통합 진행 상황과 관련해 한국당을 향한 공개 반발이 쏟아졌다.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회의에서 "어제 한국당 대표가 TV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국민의 눈에 상식적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고, 탄핵을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유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 어느 누가 한국당이 개혁보수의 길로 나왔다고 생각하겠나"라며 "새집을 짓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허물고 주인도 새사람이 돼야 하는데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을 하고 거기에 우리 당 숫자 몇 개 붙인 것으로 국민들이 새집을 지었다고 생각하겠나"라고 했다.
한국당의 통합 그림이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개혁보수로 나아가자·새집을 짓자)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당이 통합 대상으로 삼은 우리공화당은 4·15 총선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새보수당의 반발에도 한국당은 일단 '빅텐트론'을 고수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시시비비하고 내부총질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자유우파 세력들이 다 통합해야 한다"며 "마음에 있는 분노를 내려놓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문재인 정권 심판'의 깃발 아래 보수, 나아가 중도 진영이 한데 모여 4·15 총선을 승리로 장식하고, 그 이후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보수당은 이를 '묻지마 통합'으로 간주하고 있다.
물 마시는 유승민 |
정치권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이처럼 충돌하는 이면에는 통합 주도권 싸움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당이 당 대 당 통합 논의보다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제 보수진영 가운데 새보수당을 'n분의 1'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새보수당 내에서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양당 간 '보수재건과 혁신통합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보수진영 모든 정당·단체를 다 태운 채 통합열차를 운행할 것이 아니라 새보수당과의 통합 논의에 집중하란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한 새보수당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보수당은 혁통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 점령군도 아니고 혁통위가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는가"라면서 "양당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혁통위의 통합 논의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 일각에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우리공화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 한 차례 불협화음을 만들었던 안철수 전 의원 측과의 범보수 통합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당이 귀국을 앞둔 안 전 의원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오히려 통합의 힘을 뺀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이 같은 신경전이 향후 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공천과 지분 다툼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합이 성공한다면 공천 과정에서 새보수당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이 살아나는 숫자만큼 한국당 내에서 손해 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측이 공감할 공정한 룰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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