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재설치 ‘논란’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해 10월 재설치된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가터 표지판이 철거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생가터가 있는 삼덕동 한 문구류 판매장 앞 거리(중구 동성로5길 25)에 표지판을 새로 세웠다. 알루미늄 재질에 가로 20cm, 세로 60cm 크기의 이 표지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진 없이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는 한글과 영문 표기가 함께 적혀있다. 중구가 표지판을 재설치하는 데 20여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판은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 당선 후 취임을 기념해 대구 중구가 세웠다. 당시 표지판은 가로 70cm, 세로 240cm 크기에 박 전 대통령이 꽃다발을 든 채 다른 한쪽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사진과 생가터의 이력을 소개하는 글이 담겨있었다.

세계일보

2016년 11월 붉은색 스프레이로 훼손된 채 발견된 대구 중구 삼덕동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연합뉴스


이 표지판은 2016년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지자 그해 11월 18일 주민 백모(54)씨가 만취 상태에서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다음날 중구가 표지판을 철거했다. 그는 범행 이틀 만인 같은 달 20일 경찰에 재물손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백씨는 경찰에서 “촛불시위 등에 참석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번 생가터 재설치는 보수우파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는 게 중구 측 설명이다. 지난해 1월부터 행동하는 대구우파시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생가터 재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제기와 1인 시위, 집회가 열려 중구와 협의 끝에 재설치했다. 행동하는 대구우파시민연합 관계자는 “과거의 잘못을 떠나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생가터 표지판을 새로 설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표지판도 계속 남아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생가터 표지판이 재설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 중구에는 다시 철거하라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관계자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고 아직 대법원판결 전이라 역사적 평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민원이 잇따라 표지판을 다시 설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역 시민단체들과 철거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대구 중구 관계자는 “민원 해결 차원에서 표지판을 설치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나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현재 다시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추후 표지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1950년 12월 12일 대구 중구 계산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지금의 생가터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이어 1952년 2월 2일 이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