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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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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당 “한국당과 대화 시작”… 통합까진 ‘지뢰’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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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통합 6원칙 동의”… 하태경 “보수재건 3원칙 수용” 평가

새보수당 ‘주도권 뺏길라’ 긴장 “통합은 한국당뿐” 통추위엔 선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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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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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재건 3원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책임 면제ㆍ개혁보수 노선 설정ㆍ흡수 통합이 아닌 제3의 정당 창당)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온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밀당’을 끝내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3일 ‘3원칙’ 수용 의사를 공식화하고, 새보수당이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 논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다.

지난해 11월 황 대표가 보수통합기구 설치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수 통합 의제를 띄운 지 2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대표를 누가 맡느냐, 4ㆍ15 총선 공천 지분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 등 민감한 문제를 둘러싼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꽉 막혀 있던 대화에 전격적으로 물꼬를 튼 건 황 대표였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통합추진위(통추위)가 보수ㆍ중도 통합의 6대 기본원칙이 발표됐는데, 우리도 동의하는 내용이고, 새보수당이 요구하는 내용도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보수통합 논의 기구 통추위가 발족하며 발표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통합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 등 6대 원칙을 가리킨다. 황 대표는 ‘통합 원칙과 관련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뜻이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화해 새보수당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당 최고위원들도 황 대표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어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두 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황 대표와 한국당 최고위가 합의한 내용은 새보수당의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한 것으로서, 한걸음 전진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당이 흔들리지 않고 6원칙을 지키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양당 간의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유승민 등 새보수당 의원 전원이 하 대표 기자회견문 문구 하나까지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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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오른쪽)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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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당이 황 대표의 손을 맞잡기로 한 데에는 ‘통합 논의 주도권을 통추위가 갖게 둬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보수당으로선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것보다 한국당과 당 대 당 통합 형태가 되는 게 ‘지분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 대표가 이날 “우리의 통합 대상은 한국당 하나뿐”이라며 “저희가 생각하기에 통추위는 ‘자문기구’”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도 새보수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한 이후 한국당에는 안 전 대표를 통합 파트너 ‘1순위’로 여기는 기류가 강해졌다. 새보수당과 합칠 땐 ‘도로 새누리당’이 될 뿐이지만, 안 전 대표와 합치면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란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통합 논의가 순탄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뇌관’은 지도체제 구성과 총선 공천 룰이다. 여러 명의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한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와 황교안ㆍ유승민 공동대표 체제, 두 당이 합의한 단일대표체제 등을 두고 양측은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거나 대표 권한을 나눠 갖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새보수당은 공동대표 체제를 선호한다.

공천을 두고서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야권 관계자는 “새보수당은 당원 수가 한국당에 비해 현저히 적은 만큼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경선으로 총선 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어느 정도 양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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