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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자유한국당’ 당명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정당투표용 비례대표 정당 창당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국당은 “선관위가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선관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검토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비례OO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정당법 41조 3항에 위반되므로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한국당과 별개로 제3자가 신고한 ‘비례민주당’ ‘비례한국당’도 불허됐다.
특히 선관위는 기존 정당명에 ‘비례’를 붙인 위성정당 명칭을 앞으로도 불허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선관위는 “‘비례’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로 보기 어렵다”면서 “비례OO당을 (기존)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는 후광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또 “유권자들의 혼란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선거 결과를 가져오는 등 선거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9명의 선관위원 중 권순일 선관위원장을 비롯해 8명의 위원이 참석했고, 2014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추천한 김용호 위원은 해외출장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위원들은 2시간 반동안 찬반 토론을 한 뒤 표결한 끝에 박빙으로 불허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관위원은 “유권자의 혼란 여부가 논의의 초점이 돼 격론이 오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은 “헌법정신을 짓밟은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비례자유한국당 창준위’는 “2015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민주당’이 존재함에도 당명을 변경한바 있고, 1987년에는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했다”면서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의무와 정당설립의 자유라는 헌법정신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선관위가 내세운 ‘유권자 혼란우려’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코드 선관위원(조해주 선관위원)은 대의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논평했다.
한국당은 선관위 결정 취지를 분석한 뒤 다른 당명을 선관위에 다시 신고해 정당투표용 비례대표 정당 창당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선관위 결정 취지대로 ‘비례’라는 단어와 ‘한국당’을 함께 쓰지 않는 새 당명 후보군들도 이미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일정상 창당 작업은 후보등록일 마감일인 3월 27일 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가 사실상 기존 정당명을 비례대표 정당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못 박으면서, 한국당의 상징성을 담은 당명을 내세워 한국당 지지자들의 정당투표를 그대로 흡수한다는 목적은 달성이 일단 쉽지않게 됐다.
한국당의 비례 정당 추진에 총선에서 의석수를 잃을까 조마조마했던 범 여권은 일제히 선관위 결정을 환영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은 국민의 선택을 기만하고 왜곡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꼼수 위성정당 설립 구상을 철회하라”고 논평했다. 정의당은 “한국당의 위성정당은 그 본질이 ‘위장정당’이자 ‘가짜정당’이므로 향후 선관위는 창당 등록을 수리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은 논평을 내지 않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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