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오른쪽). 임현동 기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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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기로에 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13일 대화의 문을 열어젖혔다. 총선을 93일 앞두고서다. 두 당의 물밑 대화는 꾸준히 있었지만, 공식 대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건 처음이다.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던 두 당의 통합 시계는 새보수당 창당(5일)→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출범(9일)→공식 대화 시작(13일)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긍정의 신호는 한국당에서 먼저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혁통위에서 저희도 동의한 통합의 6대 기본원칙이 발표됐다. 여기엔 새보수당의 요구도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제시한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아니지만, 간접 수용 의사를 밝힌 셈이다.
새보수당도 이를 사실상의 수용으로 받아들였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 통합으로 한 걸음 전진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가 이왕 수용할 걸 화끈하게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내용적으론 반영됐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하 대표는 “통합 대상은 한국당 뿐”이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짜놓은 ‘혁통위 프레임’, 즉 보수대통합이 아닌 ‘당 대 당’ 통합에 나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및 정계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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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원칙 수용 여부로 삐걱거렸던 두 당은 일단 한고비를 넘었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 없다는 양당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인사 등 현 정부의 독주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안감이 양당을 압박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당장 무엇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인가를 두고 양당은 견해차를 보인다. 새보수당은 당장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서자고 주장하지만, 한국당은 창당보다는 통합을 위한 교통정리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을 하려면 양당의 당헌ㆍ당규 등도 손 봐야 하고, 논의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통합 시너지를 낼 것인가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공천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여론조사 방식과 전략공천 지역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신년인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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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혁통위의 역할은 다소 애매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새보수당은 혁통위 회의에 참여하는 대신 ‘당 대 당’ 대화를 강조했다. “혁통위는 통합의 촉매 역할을 하는 자문기구”(하 대표)라는 게 새보수당의 시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은 새보수당 외에도 군소 세력과의 통합 과제가 있지 않나. 혁통위에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새보수당에선 마찰음도 들렸다.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창당 1주일이 갓 지났는데 어떻게 이런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느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또 이날 유승민 의원은 오전 당대표단 회의에서 “한국당에 팔아먹으려고 새보수당을 만든 게 아닌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유 의원과 하 대표의 발언 사이에 괴리가 느껴진다. 조율이 안 된 거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새보수당 인사는 “(공식 대화 시작은) 유 의원의 입장이 100% 반영된 결과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국희ㆍ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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