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딛었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들의 의견은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대부분 "그때는 좋았다"고 했지만, 각각의 이유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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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주민들이 바라본 '안철수 정계복귀'
[더팩트|상계동=문혜현 기자] "첫 번째 나오셨을 땐 찍어드렸다. 그런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진 상계동 아파트 앞 상가 주인(여성, 60대)은 말끝을 흐렸다. 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들의 평가는 '처음과 지금은 다르다'가 대다수였다. 각각의 이유는 달랐지만, 안 전 대표를 향해 지지를 보냈던 시민들이 안타까움 혹은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상계동은 안 전 대표가 정계에 입문해 2016년 '국민의당'으로 총선에서 3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키고, 2017년 대선후보가 되고 난 후로도 터를 잡고 있는 곳이다. 안 전 대표는 19대 국회 재보궐 선거, 20대 총선에서 노원구 병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유학길에 올라 1년 3개월 여의 독일 생활과 미국 방문학자 일정을 마치고, 이달 초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바른정당과 합당한 바른미래당의 공동 창업자였던 안 전 대표의 귀국 소식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대 총선을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9일 노원구 상계동과 중랑천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상계동 주민들의 냉혹 평가 "지금은 아냐…색깔 모호"
귀국 후 안 전 대표는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거주하는 수락산역 인근의 한 아파트로 돌아올 전망이다. 이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 A 씨(남성, 60대)는 "그 사람은 끝났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A 씨는 "내 생각엔 냉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사견으론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그 사람은 지금까지 좋은 일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랬던 것까지 (정치를) 할수록 망가진다. 그 사람은 자기 할 일을 하는 게 오히려 빛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다수가 이제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안철수 (전 대표)지, 뭔가 비전을 보여준 게 없지 않나"라며 "그리고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 좌냐, 우냐 이걸 떠나서 소신있게 하는 게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안 전 대표에 대해) 진짜 실망하신 사람들이 많다"며 "맨 처음 기대를 하고 사람들이 '아 참신하다, 뉴페이스네' 했는데 까면 깔수록 실망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파트 상가 인근 사장의 반응도 비슷했다. B 씨(여성, 60대)는 "글쎄 능력이 되니까 나오긴 나오셨겠지만, 솔직히 안 전 대표는 첫 번째 나오셨을 땐 찍어드렸다. 그런데 두 번째는 아니다. 그래서 안 찍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신이나 중심, 확고한 리더십이 약하다"며 "(성격이) 좀 세야하는데, 여성스럽고 약하다. 대통령하기엔 너무 점잖고 약하다"고 답했다. 또 안 전 대표의 정치 이념 성향에 대한 평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진취적으로 딱 치고 나가는 게 약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도덕성'을 높게 평가하며 그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시민도 있었다. 지난 9일 안 전 대표가 보내온 영상 메세지. /안 전 대표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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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를 운영하는 C 씨(남성, 50대)는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두고 "어느 때부턴가 좀 아니다. 처음 나왔던 때하고 틀리다. 정치인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철수도 빨리하고 복귀도 빨리했다. 아직 나이가 있는데(젊은데)"라고 했다.
이어 "나갔다가도 들어오려면 아예 이번 (총선) 지나고 대선 때 들어오던가, 아니면 조금 일찍 들어와서 하던가 그랬어야 한다. 지금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국회의원 선거 때 다시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가 달리기를 위해 평소 즐겨 찾았던 중랑천에서도 시민들을 만났다. D 씨(여성, 60대)는 안 전 대표의 '도덕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그래도 깨끗하고 도덕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며 "지지할 수 있다. 나는 이번에 진보들에 실망을 많이 했다. 보수가 좋다는 건 아니고, 조국 사태 때문에 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으로는 초년생 같긴 하지만 일단 도덕적으로 저는 믿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하는 걸 봐서 지지할 수 있다"며 "(대선까지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깨끗한 사람도 거기(정치)에 들어가면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고 우려했다.
또 "안 전 대표,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한다'고 하는데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실질적인 정치에 대해서, 나라를 위한 사람이어야 한다. 말만 번지르르 잘 하면 사기꾼이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자주 찾았다는 중랑천에서 만난 한 시민은 보수통합 가능성에 대해 "지금 보수 야당은 분열 때문에 망하는 것"이라며 비관했다. /문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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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보수통합 열차' 탑승하나…엇갈린 시민 반응
최근 야권에선 총선 전 힘을 합해 '보수통합'을 이뤄낼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도 합류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에 나설 가능성을 두고 C 씨는 "통합하면 좋다. 오히려 황교안 (한국당 당 대표)씨를 밀어내고, 안 전 대표가 하는 게 오히려 더 괜찮다. 그렇게 갈수만 있다면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랑천에서 만난 E 씨 (남성, 80대)는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그는 "지금 나오면 어디에 설 건가, 중도보수? 지금 (사람이) 많다"며 "이 사람도 있고, 바른미래당도 있고 등등 많다. 거기에서 합의해서 될 건가? 추대할 건가? 안 한다. 추대하지 않으면 그 사람(안 전 대표)은 또 안 한다. 목적은 대통령하는 거니까. 그래서 저는 전망이 없다고 본다. 괜히 애만 쓴다. 정치하지 말고 전공이나 살리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보수 야당은 분열 때문에 망하는 것"이라며 "통합 가능성은 0.1%도 안 된다고 본다. 야권의 말을 지금 누가 듣나, 힘이 없다. 돈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F 씨(남성, 60대)는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안 전 대표를) 최고로 생각한다"며 "정치 물 안들고, 정말 참신하고 부정이 없다"며 "정직한 사람이 진짜다.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정치하면 좋다. 썩은 정치인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호평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놓고 "이번에 안철수 후보가 들어오셔서 뭔가 타이트한 모토를 가지고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안 후보가 지난번에도 주변에 참모들이 조금 미약해서 낙선했다. 본인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조직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안철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제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며 "'다른 후보는 이래서 안 된다'는 나만의 개성이 확실히 주어지고, 진짜 어려운 나라의 지금을, 우리 미래를, 후손들을 위해서 참다운 대통령이 국가에 진심으로 충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라에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계동을 중심으로 택시 운행을 하고 있는 F씨는 "안철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제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응원했다. /문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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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계동'은 왜 달라졌을까…"상대적 박탈감 때문"
현재 상계동이 포함된 노원병 지역구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임 중이다.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변화한 상계동 민심을 두고 "지역 분위기로 보면 어쨌든 안철수 (전) 의원은 지역구에서 선출해줬는데, 대선에 나가기 위해 지역구를 버리고 갔지 않았나"라며 "상대적으로 그간에 상계동 지역, 노원병 지역엔 뿌리를 내린 국회의원이 안 계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의원에 앞서 노원병 지역은 17대 국회부터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원,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을 거쳐 안철수 무소속(국민의당) 당시 의원이 재선했다. 이후 안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재보궐 선거를 통해 지금의 김 의원이 당선됐다.
이 관계자는 "지역에서 뿌리내린 정치인이 없는데, 그나마 김 의원은 상계동에서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을 했고, 이후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입했다. 다행히 뿌리내린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라며 "김 의원의 경우 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8년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쓴 부분을 지역 주민들이 당을 떠나서라도 많이 호응해준다"고 했다.
또한 "(안 전 대표 정계입문) 당시엔 그 분이 걸어왔던 신비로운 이미지, 정치에 희망을 걸었다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주민과 소통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다 대권욕에만, 본인 야욕만 있지 지역에 챙긴게 없다"며 "지역 의정활동하면서 예산을 가져와서 뚜렷하게 한 게 없다. 그러다 대선에 출마한다고 지역구를 버리고 가셔서, 방금 말한 것처럼 옛날에 지역에 오셔서 선거에 나설 때와 지금은 굉장히 (민심이) 달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9일 그는 토론회에서 "(현재) 이미지 조작에 능하고, 국민보다 자기 편을 먹여살리기 급급한 낡은 정치가 있다"라며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개혁으로 새술을 새부대에 담아야 할 때가 온다. 저도 이런 담대한 변화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총선에도, 대선후보로도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그런 마음으로 진정성으로, 선의로 돌아오는 것이니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도 "우선 우리 동네(상계동)에서 상황을 파악하셔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보수당 합류와 관련해선 "돌아오실거면 진작에 왔을 거라고 보고, 만약 같이 하게 된다면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다. 새로운 고민을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 전 대표가 귀국할 전망인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으로 우리나라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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