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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 "허망한 꿈 꾸지말라"…남북관계 개선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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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담화로 '통미봉남' 재확인…비아냥조 대남불신 표출

정부, '점진적 호응 유도' 기조…전문가 "北공식입장 지켜봐야"

연합뉴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통해 올해도 '통미봉남' 기조가 이어질 것을 예고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골자로 한 정부의 대북 정책구상의 추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남북 간 접촉면 확대로 경색국면에 물꼬를 트고 이를 지렛대 삼아 비핵화 교착국면에도 작은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복안이지만, 북한의 냉랭한 태도 앞에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모양새가 됐다.

지난 11일 발표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는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비핵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므로 남측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호들갑", "주제넘은 일" "멍청한 생각" 등의 남한을 향한 비아냥조의 표현이나 담화 행간에서는 남북관계에 강한 불신과 분노도 짙게 묻어난다.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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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표시한 지도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의 대상이 미국이 아닌 남한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의 대남메시지 생략',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무반응' 등 다시 한번 '대남관계 단절' 기조를 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 대남 메시지가 생략된 가운데 나온 북한의 '첫 대남 메시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냉랭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것을 분명하게 예고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상황을 북한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며 "특히 남측에 대해서는 대미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성 강화를 통해 민족 이익에 집중하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초부터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평화경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강조하며 '김정은 답방', '접경지 협력', '스포츠 교류', '철도·도로 연결', 'DMZ 세계문화유산 공동 등재'의 협력사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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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과감하고 혁신적인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올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여기에는 북한 역시 남측과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남측이 북미대화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만큼 북한도 서서히 호응해올 거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김 고문의 담화가 정말로 '올해도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면 정부의 이런 신년 대북구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을 향해 대북제재 공조대열 이탈, 한미 군사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그전까지는 관계개선을 기대하지 말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냉랭한 태도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올해 계획된 남북협력사업들은 차근차근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설령 북한이 당장 호응해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측부터 시작할 수 있는 사업부터 궤도에 올려놓고 북한의 참여를 끈기있게 유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공식적인 대남메시지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김계관이 대남관계를 전담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번 담화를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며 "이달 말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 호소문이 나오면 아마도 그게 첫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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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남북 DMZ 유해발굴지역 도로공사 현장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이면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밝힌 대남정책의 이행 차원에서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한 해의 남북관계 기조와 방향, 실천조치 등을 결정해 대외적으로 발표해왔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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